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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목에 쇠사슬 채우고 때린 60대…형사처벌 피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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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쇠사슬(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알코올 중독인 50대 동생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매질을 한 60대 친형이 재판부의 선처로 형사처벌을 피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판사 정서현)은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판결 선고를 내리지 않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가정보호사건 송치는 가정 내 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형사처벌하지 않고 교화를 위한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는 가정법원으로 넘기는 절차다.

A씨는 지난해 6월 의정부시의 집에서 함께 살던 50대 동생 B씨를 쇠사슬로 묶고 나무 빗자루로 때린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28일 B씨는 집 근처 아파트 놀이터에서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누워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B씨의 목에 잠금장치가 걸려있는 1m 길이의 쇠사슬과 몸에선 매질의 흔적을 확인했다. 며칠 동안 비를 맞아 저체온증을 보인 B씨는 귀가를 극구 거부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폭행 용의자로 친형인 A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A씨는 경찰에 "알코올 중독 상태인 동생이 모아둔 폐지를 팔고 그 돈으로 술을 마셔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형제는 80대 노모와 살고 있었고, A씨는 폐지를 주워 한 달에 약 40만~50만원을 벌어 생계를 꾸려왔다.

하지만 B씨는 생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알코올 중독 상태로 노숙했다. 경찰은 B씨를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하고, 지자체 복지센터와 연계해 알코올 치료 등 지원 방법을 모색했다.

법정에서 A씨의 국선변호사는 "피고인은 파지를 수집하며 치매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했고 매일 잠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심정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월 20일에 열린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벌금 판결을 내리든 실형을 선고하든 피해자에게 좋은 게 없다"며 "형사 사건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피고인이 도움을 받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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