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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파원리포트

"이제 10%를 잡는 싸움"…선거분석가들이 본 11월 미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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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필규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선거캠프가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화제가 됐다.

"(트럼프는) 이기는 캠프가 아니다. '파산한 돈(Broke Don)'은 지하실에 숨었다."

6000억원이 넘는 법원 공탁금을 내기 위해선 자산을 팔거나 파산 신청을 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처지를 조롱한 내용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졌던 트럼프가 소송에서도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면서 인터뷰 등에서 "패배자(Loser)"란 표현도 자주 쓰고 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선의 중요 분기점이던 '슈퍼 화요일'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정되면서 양 캠프의 선거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경선의 중요 분기점이던 '슈퍼 화요일'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정되면서 양 캠프의 선거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별명 부르기'는 원래 트럼프의 전유물이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부터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비뚤어진 힐러리(Crooked Hilary)"라고 불렀고, 다음 대선에선 바이든을 "졸린 바이든(Sleepy Joe)"이라 부르며 희화화했다.

정치매체 더힐은 "그간 바이든 캠프가 지켜오던 '그들이 저열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전략에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에게 당하기만 하는 유약한 노인이란 이미지를 벗으려는 반격인 셈이다.

노선 수정은 트럼프 캠프에서도 감지된다. 바이든에 대한 공격적 언사는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 유세에서 "지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표현이 부쩍 줄었다. 대신 "방해받았다"라든지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식의 순화된 표현으로 대체했다. '선거 사기' 프레임에 반감을 갖는 고학력 중도층 유권자를 의식한 전략이라는 게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분석이다.

미 대선을 7개월 앞두고 바이든·트럼프 캠프의 전략과 현황을 중간평가하기 위해, 여론조사 분석기관 538의 너새니얼 라키치 선임분석관과 디지털 전략 자문사 리버벌 커뮤니케이션즈의 조시 클레먼스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라키치 분석관은 이런 두 캠프의 변화를 두고 "유권자 약 90%가 표심을 굳힌 상황에서 나머지 10%의 마음을 사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된 것"이라고 봤다. 클레먼스 대표는 "이런 부동층 공략을 위해 두 캠프 모두 디지털 전략에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3월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 의미 없어"-너새니얼 라키치 538 선임분석관

너새니얼 라키치 538 선임분석관

너새니얼 라키치 538 선임분석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지지율을 많이 따라잡았고, 일부에선 앞선다는 조사도 나온다.
"한두 달 전보다 나아졌는지 몰라도 큰 의미 없다. 여론조사가 꽤 정확해졌다고 해도 100% 맞을 수는 없다. 이미 2016년에도 뒤집히는 것을 보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1~2%p 높은 것으로 나온다 해도 표본의 단순한 오류로 인해 바이든이 오히려 몇%p 차로 앞서고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선거는 11월이다. 3월의 여론조사 결과에 너무 큰 관심을 기울여선 안 된다."

-왜 그런가.
"미국인의 90% 이상은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 마음을 정했다. 이들 모두 충성스런 민주당 지지자거나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나머지 부동층 10%는 선거일이 닥쳤을 때, 이슈 환경이 어느 쪽에 유리한지에 따라 투표할 것이다. 그게 낙태 문제일 수도 있고 경제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갑자기 각 선거 캠프에 변화구처럼 꽂힐 이슈가 생길 수도 있다. 대선까지 환경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변할지는 알기 힘들다."

-현재 기준으론 누구에게 유리한 이슈 환경인가.
"트럼프에게 아주 조금 더 유리하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바이든의 인기는 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충격이다. 물가도 높다. 바이든 정부가 중동 전쟁을 대하는 방식에도 불만이 많다."

-앞으로 7개월간 중요한 화두는 무엇일까.
"바이든에겐 경제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미국인들이 경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몇달 연속 지표가 좋게 나와야 한다. 트럼프에겐 역시 사법 리스크가 문제다. 재판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아지고, 실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선거에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두 캠프 모두 지금보다 더 상대에게 불리한 부분을 부각해 공격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현재까지 디지털 전략은 바이든 완승"-조시 클레먼스 리버벌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조시 클레먼스 리버벌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조시 클레먼스 리버벌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두 캠프의 디지털 전략 차이는.

"최근 트럼프 캠프는 (압류 위기에 처한) 트럼프 타워를 구해야 한다는 이메일만 수십 통 보냈다. 소셜미디어에선 소액 기부자를 모으거나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내용뿐이다. 반면 바이든 캠프는 디지털을 이용해 새로운 청중에 다가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향한 내러티브가 있다."

-바이든 캠프가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인가.

"분명하다. 일단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지출하고 있는 광고비가 비교가 안 된다. 바이든은 심지어 자신이 퇴출하려 하는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들과 협력해 메시지를 전한다. 계정만 있는 게 아니라 전략도 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 위주로 광고를 집행한다."

-트럼프를 조롱하는 바이든의 전략이 디지털에서 효과적일까.
"만약 상대가 니키헤일리 전 유엔대사였다면 다른 전략을 취했겠지만, 트럼프이다 보니 그에 맞게 적응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독한 공격에 골몰하는 트럼프에겐 익숙해도, 바이든에겐 그렇지 않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 별명보다는 트럼프의 구체적인 잘못을 가지고 공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디지털 선거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디지털 전략 짤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자신이 굳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려는 것이다.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사람들 스스로 자신이 그 해결책의 일부라고 느끼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팀의 일원이 돼야 투표장에 나오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