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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에 한명꼴 목숨 잃어...아찔한 2차사고 피하려면 '비트박스'

중앙일보

입력

 #. 2022년 11월 23일 오후 1시 30분께 영동고속도로 양지IC 부근(강릉방면)에서 SUV 차량과 경차가 차선 변경 과정에서 추돌해 2차로에 멈춰섰다. 사고 뒤 경차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SUV 차량 쪽으로 다가갔다. 이 사이 2차로로 달리던 1t 화물차가 두 차량을 연이어 충돌했다. 이 사고로 경차 운전자와 동승자 2명 등 3명이 숨지고, 차량도 완전히 불에 탔다.    


 #. 지난 17일 오후 7시께 고창담양고속도로 40㎞ 지점(고창방면)에서 경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우측 가드레일에 부딪히고는 1차로로 밀려나 멈춰섰다. 그 뒤 1차로를 달리던 SUV 차량이 경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SUV 차량 운전자가 구호조치를 위해 나섰지만 뒤이어 달려오던 관광버스가 덮친 탓에 경차 운전자와 동승자, SUV 차량 운전자 등 3명이 숨졌다. 

 이들 안타까운 사고는 모두 ‘2차사고’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앞선 사고나 고장으로 정차한 차량의 운전자 및 탑승자가 차량 내부 또는 주변에 있다가 뒤따라온 차량에 부딪혀 발생하는 2차사고는 특히 운행 속도가 빠른 고속도로에선 더욱 치명적이란 지적이다.

 31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2차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82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477명)의 17.2%를 차지했다. 일반사고 사망자는 395명으로 82.8%였다. 문제는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치사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치명적인 사고인 셈이다.

17일 저녁 고창담양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모습. 뉴스1

17일 저녁 고창담양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모습. 뉴스1

일반사고의 치사율은 평균 8.4%였지만 2차사고 치사율은 무려 54.3%로 6.5배나 됐다. 151건의 2차사고가 발생해 82명이나 목숨을 잃은 것이다. 2차사고 2건당 1명 이상 꼴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2022년에는 2차사고 치사율이 57% 안팎까지 치솟기도 했다. 

 도공의 서종도교통처 부장은 “운전자들은 기본적으로 고속도로 위의 차량이 앞으로 계속 달리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정차해있는 차량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통상 시속 100㎞ 넘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선 제동거리도 길어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치명적인 2차사고를 피하기 위해선 사고나 고장 때 행동요령을 숙지하는 게 필요하다. 사고 또는 고장으로 고속도로 위에 멈췄을 때는 후속 차량이 해당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우선 비상등을 켜고(비), 트렁크를 연 뒤(트)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서둘러 도로 밖으로 대피(밖)해야 한다. 그리고는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로 도공 콜센터(1588-2504) 또는 112나 119에 신고(스)하면 된다. 

자료 한국도로공사

자료 한국도로공사

 도공 관계자는 “고속도로 상에서 고장이나 사고가 나면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차량 상태를 살피고, 그 자리에서 사고 책임을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며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연 뒤에는 무조건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도로 밖으로 빨리 피해야만 2차사고로 인한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공에서는 이러한 행동요령을 기억하기 쉽게 줄여서 ‘비·트·박·스’로 명명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도공 콜센터로 연락하면 사고·고장 차량을 가까운 안전지대까지 무료로 견인해주는 ‘긴급견인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평소 운전 중에는 전방을 늘 주시하고, 졸음이 올 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2차사고 예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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