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앙은 “영국에 모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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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년 후 중국반환… 때이른 경제 소용돌이/대 중국 발언권 유지하며 안전판 마련/경제적 타격 못잖게 주민에 심리적 영향 클듯
중국 반환을 아직도 6년여 남긴 홍콩이 경제분야에서는 일찌감치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홍콩금융을 50%이상 지배하는 사실상의 중앙은행 홍콩·상하이은행이 최근 지주회사를 신설,영국 런던에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홍콩·상하이은행이 모회사를 영국으로 옮기려는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로 분석된다.
첫째,신용이 생명인 은행으로서 97년 중국에 홍콩의 주권이 반환되는 정치적 상황변화에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것. 둘째,92년의 유럽통합 이전에 영국에 모회사를 설치함으로써 통합에 따른 권익을 확보하려는 것. 셋째,홍콩·상하이은행이 특수은행에서 일반은행으로 변신한데 이어 다시 지주회사라는 카드를 보임으로써 대중 발언권을 지속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측은 지난 20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홍콩·상하이은행만한 기관이 새로운 조처를 취할 때 홍콩의 안정과 번영에 불리하지 않게 할 것으로 믿는다』는 완곡한 반응을 보였다.
홍콩의 번영과 안정이 중­영간 「공동이익」에 해당되는 만큼 경솔한 자충수를 쓰겠느냐는 뜻이다.
그러나 설사 표면적으로 「공독이익」이라지만 사실이 그렇다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홍콩·상하이은행의 이번 발표는 이제 막 변화를 알리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원칙론적 기대와는 갈수록 간극이 드러날 우려가 크다.
왜냐하면 홍콩·상하이은행은 이번 계획속에 비아시아­태평양지역 자산(전체의 30%)를 런던 지주회사로 옮기는 조처를 포함,앞으로도 신설 지주회사로 자산을 계속 이전시킬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국 정부는 사실상 영국의 정부기관인 홍콩은행을 이용,직접 손대지 않고 비밀통로를 통해 식민자산이 영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홍콩 주민들의 자신감 상실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 예로 거영권 소지자 문제가 있다.
영국 정부는 홍콩반환에 따른 인재유출방지책의 일환으로 22만5천명(가장기준 5만명)의 홍콩 주민에게 영국 국적을 부여키로 했다.
홍콩 주민 가운데 거영권을 쥔 사람은 주머니 깊숙히 여권과 비행기표를 챙겨놓고 홍콩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셈이다.
결국 이들이 불러일으킬 영향은 홍콩·상하이은행을 포함해 경제적인 것 이상으로 심리적인 면에서 홍콩의 안정과 번영에 커다란 역작용을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홍콩사무소(소장 김보경)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9년 6월 천안문사태 이후 위축됐던 홍콩 경제가 지난 10월부터 회복기조에 올라서고 있다.
88년에 전년대비 30.4%의 신장세를 보였던 총수출이 89년 이후 15.7∼9.9%로 떨어졌으나 90년 10월부터 21.2%로 올라 거의 천안문사태 이전 수준으로 접근했다.
8월초의 중동사태 이후 아­태지역 국가 모두가 주식시세의 하락을 기록했으나 유일하게 홍콩만이 8.5%의 상승을 기록한 것은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홍콩의 관계 전문기관은 중장기적으로 홍콩의 경제가 86∼90년의 고속성장 시기를 지나 91∼95년의 저속성장,그리고 96∼금세기말까지 반환 전후의 조정기를 거치며 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홍콩 경제의 장기전망 가운데 주요 변수로 등장한 것은 일본의 활발한 홍콩 진출 현상.
무역·은행·백화점 등 지난해까지 1천3백개였던 홍콩의 일본 기업수는 올들어 1천4백11개로 늘어났고,홍콩 외국은행 가운데 20%,전체 백화점의 40%,홍콩산업에 대한 해외투자액의 27%가 일본에 의해 점유돼 있다.
「국제공공재산」으로서의 홍콩의 지위를 강조하는 일본은 홍콩의 변환기 공백을 노리면서 사실상 홍콩을 경제적으로 접수하고 있는 셈이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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