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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켤레 5억' 운동화 모으던 이 남자, 수퍼카 144대 경매 낸다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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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신발 샀어.” 

5년 전 캐나다인 마일스 나달(65)은 온타리오 호숫가 별장에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던 중, 인터넷으로 신발 99켤레를 샀다. 아내가 자녀들과 웨이크보드를 타러 나간 사이, 나달이 싹쓸이한 건 경매업체 소더비가 내놓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운동화’ 컬렉션이었다. 여기 쓴 돈은 무려 85만 달러(약 11억3700만원)였다.

마일스 나달은 운동화 수집 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집가'로 인식돼 왔다. 그랬던 그가 이제 '수집의 왕좌'에서 내려오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X(옛 트위터)

마일스 나달은 운동화 수집 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집가'로 인식돼 왔다. 그랬던 그가 이제 '수집의 왕좌'에서 내려오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X(옛 트위터)

소더비 운동화 경매에서 당시 역대 최고가를 주고 운동화를 산 것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1972년에 출시된 나이키 최초의 러닝화인 ‘문(Moon) 슈즈’를 43만7500달러(약 5억1625만원)에 샀는데, 이는 운동화 한 켤레 값으로는 당시 역대 최고가였다고 CNN이 전했다. (※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경기에서 신었던 농구화 6짝이 올해 소더비 경매에서 803만2800달러(약 107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최고가 매입 기록은 깨졌다.)

문슈즈는 나이키 공동 창업주이자 육상 코치였던 빌 바워먼이 올림픽 예선전에 나가는 육상선수들을 위해 와플 모양 밑창을 달아 만든 12켤레 중 하나다. 이날 경매에 나온 제품만 유일하게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됐다. 이름이 문슈즈인 이유는 신발이 남기는 울퉁불퉁한 자국이 우주인이 달에 남긴 발자국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마일스 나달은 1972년에 출시된 나이키 최초의 러닝화인 '문(Moon) 슈즈'를 43만7500달러(약 5억 1625만원)에 샀는데, 이는 운동화 한 켤레 값으로는 역대 최고가였다. X(옛 트위터)

마일스 나달은 1972년에 출시된 나이키 최초의 러닝화인 '문(Moon) 슈즈'를 43만7500달러(약 5억 1625만원)에 샀는데, 이는 운동화 한 켤레 값으로는 역대 최고가였다. X(옛 트위터)

부동산 및 자산관리 투자업체인 피어리지 캐피털을 운영하는 나달은 문슈즈를 산 것을 계기로 업계에서 ‘수집 제왕’ 반열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이제 ‘수집의 왕좌’에서 내려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오는 6월 1일 운동화 컬렉션 대부분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운동화 수집광인 마일스 나달(앞줄 오른쪽). X(옛 트위터)

운동화 수집광인 마일스 나달(앞줄 오른쪽). X(옛 트위터)

에어조던만 약 500켤레인 그의 운동화 수집 내역은 화려하다. 전 미식축구선수이자 영화배우였던 O.J 심슨, 미식축구선수 톰 브래디,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등이 서명한 운동화도 있다. 이밖에 영화 '백 투 더 퓨처 파트 2'에 등장한 최첨단 운동화까지 따지면 운동화 컬렉션의 총 가치는 200만 달러(약 27억원)가 훨씬 넘는다고 WSJ는 추산했다. 나달의 '최애'(가장 애정하는) 품목은 '로얄블루 에어조던 1'과 이탈리아 캐시미어 기업인 브루넬로 쿠치넬리에서 만든 운동화다.

나달은 과거에 광고 대행사를 소유한 MDC 파트너스라는 업체를 운영하며 부를 쌓았다. 광고업에 몸담다 보니, 아식스·아디다스 등 운동화 업체와 협업했고 자연스레 운동화 수집에 눈뜨게 됐다고 한다. WSJ에 따르면 나달은 인기 운동화 유튜버인 션 고를 자문역으로 고용하면서 운동화 투자에 열을 올렸다.

슈퍼카도 160대…144대 경매 내놓는다

그런데 정작 그의 첫 수집 대상은 운동화가 아닌 수퍼카였다. 2000년 처음 수퍼카를 산 뒤 수집에 불이 붙어 미국프로농구(NBA) 유니폼·레이싱 헬멧·예술품·신발 등을 사모았다.

그의 모든 수집품은 토론토 외곽에 있는 '데어 투 드림(Dare to Dream)'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곳에 그가 산 160대 이상의 자동차와 수백 켤레의 운동화가 있다.

이번에 그는 자동차 약 160대 중에서 144대를 경매에 부친다. 경매 대상은 1913년형 전기 자동차와 페라리·맥라렌·람보르기니 등이다. WSJ는 "판매가 성사되면 자동차는 6000만 달러(약 803억원) 이상에 팔릴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소더비 측은 품목과 최종 견적을 확정하는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달은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탔던 검정 피아트 500 라운지를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에 샀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2015년 9월 교황이 뉴욕에서 탔던 피아트 500을 '채리티버즈 옥션'을 통해 사들였다. 당시 그는 "가톨릭 교회의 일을 후원하게 됐다는 데 아주 기쁘다"며 "아주 특별한 차라 큰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마일스 나달은 수퍼카 등 16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44대를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 X(옛 트위터)

마일스 나달은 수퍼카 등 16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44대를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 X(옛 트위터)

수집품 관리 힘들어…"수익금, 어린이 돕는데 쓸 것"

그랬던 그가 왜 물건들을 되팔기로 한 걸까. 나달은 WSJ에 "나이가 들수록 엄청난 양의 수집품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동차만 해도 부품 교체 등 신경쓸 일이 엄청 많다"면서 "수리·관리도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상시 운전할 때는 대형 SUV인 쉐보레 서버번을 주로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65세 생일을 앞둔 올해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문득 "인제 그만 하면 됐다, 운동화도 이제 슬슬 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수집 목록을 대폭 줄이기로 결심한 그는 이번 경매 수익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마일스 나달이 가족들과 함께 하트 센터에 기부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X(옛 트위터)

마일스 나달이 가족들과 함께 하트 센터에 기부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X(옛 트위터)

소더비 측은 이번 경매를 통한 운동화 판매 수익금을 나달이 2022년 등록한 자선재단인 '데어 투 드림' 재단에 100% 기부한다고 밝혔다. 나달은 "불우한 사람들, 특히 소외 계층 어린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WSJ에 "앞으로도 운동화 일부와 자동차 몇 대는 계속 보유할 생각"이라면서도 "이제 물건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 외려 안도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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