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안날렸다? 사과문 실종 왜?...이강인 '핑퐁게이트' 의문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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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을 하루 앞두고 불거진 선수단 내부 물리적 충돌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한국 축구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15일 장시간 논의한 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를 협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이른바 한국 축구의 갈등이 탁구장에 폭발한 '핑퐁 게이트'를 중간 정리해봤다.

#24시간 만에 휘발된 이강인 사과 

14일 영국 대중지 더선 보도를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 내 선수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한민국 이강인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요르단 알 타마리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이강인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요르단 알 타마리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현재까지 확인된 사항은 이강인,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후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다가 주장 손흥민의 제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자 이강인이 주먹질로 맞대응했고, 다른 선수들이 두 선수를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사건 이후 고참급 선수들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정상 출전시켰다.

 한국 축구를 휩쓸고 있는 대표팀 '내분' 논란의 주인공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14일 공개적으로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 게시물은 15일 사라졌다. 이사진 이강인 SNS 캡처

한국 축구를 휩쓸고 있는 대표팀 '내분' 논란의 주인공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14일 공개적으로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 게시물은 15일 사라졌다. 이사진 이강인 SNS 캡처

이강인은 사건이 알려진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며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고 썼다.

하지만 이강인 측은 15일에는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이강인이 탁구를 칠 때 고참급 선수들도 함께 즐겼고, 탁구는 이전부터 항상 쳐왔다고 강조했다.

이강인 측 변호사는 "이강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자신이 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구체적인 경위를 말씀드리기보다는 사과를 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강인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을 날린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인지, 다툼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손이 닿았다는 것인지 등 당시 상황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강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사과 게시물도 사라졌다. 애초에 게시물을 24시간 후 자동 삭제되는 형식의 게시물로 올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손흥민 팬들을 중심으로 이강인의 사과가 개운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소셜미디어(SNS)에 달린 악성 댓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소셜미디어(SNS)에 달린 악성 댓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다툼에 대한 팩트만 확인한 상태이며,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추가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사태가 어느 정도 파악되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받아들일까

전력강화위원회에는 미국에 체류중인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1시 시작됐고 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은 오후 4시에 이뤄졌다. 통역 등이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마친 뒤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뉴스1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마친 뒤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뉴스1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독 경질에 대한 논의는 클린스만 감독을 회의에서 제외한 후 이뤄졌다. 일부 신중론도 있었지만 '감독 교체 권고'로 의견이 모이면서 이제 공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넘어갔다. 파장이 크고 여론도 비등해 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의 건의를 물리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내달 열리는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홈(3월 21일), 원정(3월 26일) 경기는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으로 떠난 클린스만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는 모습도 다시는 못 볼 수 있다. 협회로서는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 파기 형식과 위약금 문제 등이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갈등 봉합 어떻게 될까 

한국 축구의 가장 큰 과제는 분열된 대표팀을 다시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일이다.

 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후배들과 언쟁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 출전한 손흥민과 이강인. 연합뉴스

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후배들과 언쟁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 출전한 손흥민과 이강인.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선수에 대한 징계가 거론되고 있지만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현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다툼에 대한 팩트만 확인한 상태이며,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추가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사태가 어느 정도 파악되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핑퐁게이트'가 유야무야 되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명확한 사태 파악 없이 징계를 유야무야 넘길 경우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축구협회와 차기 사령탑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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