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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경제에 외로운 버팀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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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산자부는 "올해 연간 수출액도 당초 목표액인 3180억 달러보다 80억 달러 많은 3260억 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건어물에서 반도체까지=3000억 달러는 소나타(대당 2만1400달러)를 약 1400만 대 수출하거나 휴대전화(대당 175달러) 17억 개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국민이 연간 내는 세금 총액(163조4000억원)의 약 1.7배에 이르는 규모다. 수출 3000억 달러를 돌파함으로써 한국은 무역강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48년 2230만 달러 수출의 주된 품목은 건어물.한천 등 농수산물이었다. 이어 60~70년대 의류.합판.가발 등으로 수출품목을 늘려나가다 80년대 이후 반도체.자동차.휴대전화 등 첨단제품을 주력 수출상품으로 내세우면서 3000억 달러의 벽을 돌파했다.

올해 수출 3260억 달러를 달성할 경우 한국은 홍콩을 제치고 세계 11위의 수출국가가 될 전망이다. 독일(9699억 달러).미국(9044억 달러) 등 수출 1, 2위 국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중계무역을 주로 하는 네덜란드(4024억 달러)와 벨기에(3343억 달러)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9위 수출국이 된다는 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수출 신장세가 갈수록 빨라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넘어선 뒤 18년 만인 95년 1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이후 9년 만인 2004년 2000억 달러를 넘었고 불과 2년 만에 3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지금까지 수출 3000억 달러를 기록한 10개국이 수출 20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에 이르는 데 평균 5.9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다. 이승훈 산자부 무역투자정책본부장은 "원화 강세와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등 3중고에도 불구하고 부품.소재산업 등의 기반 확충과 해외시장 개척, 무역 인프라 확충 등을 다각적으로 추진해 3000억 달러를 기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 수출과 내수 균형 성장 이뤄야=수출은 한국경제의 확실한 견인차다. 올 2분기 중 한국 경제는 5.3% 성장했지만 수출은 8.4% 증가했다. 경제성장에서 수출 기여율은 158%에 이른다. 소비 침체 등으로 내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출이 홀로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연간 수출액/명목 GDP)도 2003년 31%대에서 올해에는 36~37%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사람을 많이 고용하지 않는 첨단 설비산업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어 수출 활황이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출 신장세를 유지하면서 내수시장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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