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진출 일 기업 종신고용제 흔들-불황으로 인원감축… 일부선 소송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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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에 진출한 일본계기업에서 그 동안 쌓아갔던 「종신고용」의 신화에 금이 가고있다.
「레이오프(일시해고)를 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일본계기업도 불황에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인원감축에 나서고있다.
일시해고 선풍이 일고있는 미 반도체업계에서 일본계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올해 충전기의 자회사인 충세미컨덕터가 50명에 대해 해고통고를 했다.
가전·음향기기 업계에서는 일본전기가 NEC테크놀러지스의 시카고·판매거점과 보스턴교외와 아틀랜타의 공장에서 두 차례 레이오프를 통해 약3백명을 감축했다.
마쓰다의 미시간 공장은 임시직 사원을 연초의 절반인 1백명 이하로 줄였고 삼릉자동차와 크라이슬러의 합작회사인 다이아몬드 스타 사는 올해 연산24만대의 풀 가동체제로 돌입하려던 계획을 내년이후로 미뤘다.
부사중공업의 미 판매회사와 삼기 제철의 미 합작회사도 인원정리에 나섰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리란 예상에 맞춰 체질이 약한 일본계 기업들이 경영합리화의 수단으로 해고를 선택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제까지 「고용보장」을 내세운 일본기업과 이를 믿고 이들 기업에 취업한 고용자간에 마찰을 불러일으킬 우려까지 낳고있다.
일본계기업은 이제까지 실제로 「무해고」를 계약에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급여 동결은 있을지라도 해고는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 같은 노력은 결국 「무해고」의 신화로 정착돼 예컨대 87년 도요타와 GM의 합작사인 NUMMI가 60%의 조업단축을 할 때도 잉여인력을 교육훈련 등에 돌리고 일시해고는 하지 않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신화가 정착되어 온데 따라 해고에 반발, 소송을 내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자칫 고용마찰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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