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마친 「신춘중앙문예」 작품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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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신춘문예 응모작품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 작품에서도 두드러진 경향이 보이지 않고 있다.
18일 예심을 끝낸 91년도「신춘중앙문예」 응모작품 수는 5개 부문에 총 9천여 편. 전년도 1만여 편에 비하면 1천여 편이 줄어든 것이지만 특히 소설의 격감이 눈에 띈다. 올 단편소설부문 응모작은 2백5편. 89년도 4백1편, 90년도 2백51편에 비하면 해마다 소설응모작이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신춘문예 응모작감소는 물론 신춘문예를 시행하는 일간지가 늘어 분산된 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문예지가 늘어난 데 기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학인구의 팽창보다 더 빠르게 문예지가 급증, 문학인구를 저인망 식으로 훑어 문단에 편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문인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올 응모작의 작품 경향은 주된 흐름 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90년대 들어 문단이 다양화·개성화 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소설응모작에서는 분단·광주 등 80년대 주류를 이뤘던 현실참여 작품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 사회적 관심을 버리고 대부분 지극히 평범한 일상사들을 고만고만하게 다루고 있었다. 또 예심을 맡았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장난기 서린 통속적 소설도 사라졌다. 때문에 응모작 대부분이 일정 정도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있어 예심부터 까다롭게 했다.
응모작들이 대 사회적 관심을 버리다보니 알레고리 작품을 한편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래저래 직설적인 말문이 막혔던 80년대를 말하기 위해 꽃피웠던 우화적 수법이 민주화 추세에 따라 필요 없게 되었다지만 좀더 깊은 진실을 위해, 또 읽는 맛을 위한 소설의 한 기법으로 존재이유가 있는 알레고리가 사라지고 있는데 대해 예심자들은 안타깝게 생각했다.
각 8천8백여 편이 응모된 시·시조에서도 대 사회적 관심은 사라졌다. 또 달·바람·꿈 등 현실과 유리된 음풍농월도 사라졌다. 이 비록 작으나마 자신의 삶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같이 시·시조에서 사회를 개혁해야겠다는 드높은 의지나 별·달 등 외계의 이상으로부터 우리의 삶으로 불러들인 것은 80년대를 풍미했던 민중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시로 쓸 수 있다는 민중시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희곡은 25편이 응모돼 전년도 48편보다 반으로 격감, 창작 무대를 원하는 연극계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나가고있어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응모작 모두 희곡문법에 충실한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평론은 18편이 응모돼 전년과 똑 같았다. 해금 문인파 해방공간문학을 다룬 작품이 많아 남북으로 갈린 반쪽문학사 복원작업이 활발히 일고 있음을 나타냈다. 반면 정현종·최승호 씨 등 개인적 상상력에 바탕, 사물과 이 시대 삶의 본질을 캐고 있는 시인을 다룬 작품이 각 2편씩 응모돼 상상력이 평단의 관심사로 다시 떠오르고 있음을 예감케 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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