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수상하다’고 판단한 얼굴을 가진 살인범일수록 실제로 사형 선고를 받는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은 1급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남성 400명의 ‘머그샷’(mugshot·체포 시점에 수사기관에 의해 촬영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머그샷이 사용된 살인범 400명 중 200명은 실제로 사형 선고를 받았으며 나머지 200명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들이었다.
연구진은 실험에 자원한 참가자 1400명에게 이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은 채 얼굴만 보고 신뢰도를 판단하도록 했다.
그 결과 아래로 처져 있는 입꼬리나 화난 눈썹 등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사형 선고를 받은 그룹에 속해 있을 확률이 더 높았다.
더타임스는 이 같은 결과가 앞서 범죄자들의 외모가 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다른 연구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기반으로 저절로 첫인상을 만들어내며 이 첫인상은 종종 부정확한데도 생과 사를 가르는 결정을 포함해 중대한 사회적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 통해 편견 줄일 수 있어”
다만 이 연구진은 외모에 의한 고정관념은 훈련을 통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일부 참가자들에게는 실험을 진행하기 전 몇몇 얼굴 사진과 해당 인물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주고 이를 암기하도록 했다.
해당 정보는 사진 속 인상과 실제 행동이 반대되도록 작성됐다. 사진 속 선한 인상의 사람일수록 ‘학부모로부터 뇌물을 받은 선생님’이라는 식의 부정적 행동을 저지른 사람으로 묘사했다. 또 수상하고 거친 인상의 사람일수록 ‘노숙인을 위한 자원봉사’ 등 선한 행위를 한 사람이라는 정보를 각인시켰다.
이 정보를 학습한 뒤 참가자들에게 범죄자의 사진과 함께 이들에게 주고 싶은 형량을 물은 결과 외모의 신뢰도와 형량 간의 관계가 줄거나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외모에 대한 편견이 그동안 실제 현실에서 다른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또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노출시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편견이 감소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발간된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학술지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