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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준비된 부모’의 자녀 입학, 학교는 준비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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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그동안 학령인구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2002년부터 지금까지는 매년 40만 명대의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내년(2024년)부터는 입학생 수의 앞자리가 4에서 3으로 바뀐다. 이들이 2017년생인데, 그 수가 35만8000명에 불과했다. 더 놀랄 일은 앞으로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어 3년 뒤부터는 20만 명대로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갑자기 학생 수가 줄면 학교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줄어든 학생 수만큼 학급 수를 줄여야 할지, 아니면 학급 수를 유지하면서 한 반의 학생 수를 줄여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학급 수를 줄이면 그만큼 담임을 맡지 못하는 교사가 늘어난다. 반대로 학급 수를 유지하면 한 반 학생 수를 줄여야 하는데, 아이들의 사회성이 걱정된다.

내년부터 초등 입학생 40만 아래
부모들 경제적 지위 높아지면서
교육에 대한 부모 기대치도 커져
교사와 부모 간 갈등 확대될 수도

사실 40만 명대가 3~4년 만에 20만 명대로 줄어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발생할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줄어든 학생 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혼란에 대해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들이 이미 잘 대비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내년부터 30만 명대로 줄어들고, 또 3년 뒤부터는 20만 명대가 될 것은 이미 7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이 가시지 않는 사항이 있다. 부모 연령대 인구 크기에 변화가 없음에도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급감하기 시작했고, 그 감소세가 계속된다는 것은 이 시기부터 태어난 아이들의 속성이 이전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걱정의 대상은 바로 내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결혼하고 또 거의 모든 사람이 자녀를 가질 때가 있었다. 이때는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반드시 자녀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어쩌다 결혼했고 ‘어쩌다 부모’가 되었다. 한 해에 그래도 70만 명 정도 태어났던 1990년대까지가 그랬다.

그런데 한 해에 40만 명씩 태어났던 때(2002~2016년)부터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 출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경제력이 낮은 가정에서도 여전히 자녀는 태어났다. 그런데 2014년경부터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혼인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30만 정도 유지되던 초혼 건수는 2014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이 30세를 넘어섰다. 이제는 경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결혼을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반대로 결혼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고, 여기에 자녀까지 출산했다는 것은 그 준비의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 과장해서 표현하면 이제는 준비된 결혼과 더 ‘준비된 부모’만 남게 된 것이다. 그 아이들이 2024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유진성 박사는 ‘준비된 부모’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2022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2019년에 가구소득을 3분위 했을 때, 소득이 낮은 가정은 100가구당 자녀를 낳은 가구가 0.43가구에 불과하지만, 중위 소득 가정은 1.75가구가, 고위 소득 가정에서는 2.45가구가 자녀를 출산하였다고 분석했다. 2010년과 비교하면 모든 소득 계층에서 출산을 경험한 가구 수가 줄었지만, 소득 하위층은 65.2%, 중위층은 57.6%, 상위층은 47.7%가 줄어들어 소득 계층별로 차이가 났다. 최근으로 올수록 ‘준비된 부모’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상의 통계와 연구 결과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학생들은 과거보다 부모의 경제적인 지위가 전반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지위의 편차가 좁아졌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녀의 교육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일반적이다. 게다가 자녀가 하나인 경우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이들의 수는 줄었는데 영어유치원에 대기자가 끝이 없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의대 진학반 학원에 아이들이 몰린다는 최근의 기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일선 교사들에게 펼쳐질, 지금까지와는 크게 다를 교육 환경이다.

이처럼 크기로 보나, 속성으로 보나 2024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이전과 다르다. 교육 당국은 학생 수 급감만이 아니라 학생 및 부모의 속성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상황에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대치 높은 부모와 관행적인 평균을 가르치는 교사 사이의 갈등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