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고 무지한 사람은 꽃과 열매만 탐한다네. 꽃과 열매의 원천인 존재의 뿌리를 망각한 채. 그렇게 살다가 질병이나 불행, 큰 시련에 직면하면 그 마음은 거미줄과 잡풀만 우거진 폐가처럼 황량해지지. 우리에겐 빛의 경험만 아니라 어둠의 경험도 필요하다네. 마음이 온통 어둠으로 물드는 경험도 인간을 철들게 해주는 삶의 재료가 아니던가. 더욱이 폐허의 경험은 인간을 겸손에 이르게 하고 ‘알려지길 바라는 하느님’(루미)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고진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