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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전쟁·글로벌 공급망·대만 문제 실타래 풀지 촉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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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02면

15일 APEC서 만나는 바이든·시진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11~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5일 정상회담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5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 당국자는 회담 의제에 대해 “미·중 양자 관계를 비롯해 개방적인 소통선 강화 및 경쟁의 책임 있는 관리의 중요성, 다양한 지역 및 글로벌 이슈와 초국가적 이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지에 대해서도 “최근 북·러 관계 급성장과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 장비 제공 등을 우려 속에 지켜봤다”며 “우리는 북한의 실질적 후원자 역할을 해온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이 같은 우려를 강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회동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3시간가량 만난 뒤 첫 대면이 된다. 미·중 정상이 마주 앉으면 반도체·배터리 등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현안과 대만 문제는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글로벌 안정을 좌우할 주요 이슈가 두루 다뤄질 전망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9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 중미포럼 2023’에선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와 셰펑 주미 중국대사가 화상 원격 연설을 통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셰 대사는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면 미 대통령이 호스트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새로운 문제나 장애물을 만들어선 안 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 입으로 두말을 할 수는 없으며 (지난해 11월) 발리 합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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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회담으로의 복귀’는 중국이 지난해 11월 이후 미·중 관계에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당시 양국 정상 간 합의는 ‘신냉전과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반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길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똑같이 강조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번스 대사는 “양국 관계는 6개월 전보다 안정적이고 소통도 늘었다”면서도 “미국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광물과 원자재 공급망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무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미국은 실용주의적 전략을 추구하고 국가 안보 이익을 보호하면서 중국과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안정적인’ 관계를 앞세우면서도 구체적인 해법에선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이 같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다음주 미·중 정상이 마주 앉은 가운데 결과 또한 긍정적으로 도출될 경우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지구촌 곳곳의 긴장과 갈등도 한층 완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이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정세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와 한·중 관계에도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시 주석과의 회동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수 있는 여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동에 외교력을 쏟게 될 경우 이슬람 사회의 대의와 국가적 실리 사이에서 고민해온 사우디아라비아도 반사적 효과를 얻을 공산이 크다. 국책 과제인 네옴 프로젝트 성공 등을 위해서는 지역 정세 안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중 긴장 완화는 한국에도 호기가 될 수 있다. 미 정부가 북핵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잘 아는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결코 호락호락 응할 태세가 아니다. 대만이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국이 요구해온 홍콩 행정장관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이 이뤄지면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인권·민주주의 외교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정상회담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샅바 싸움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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