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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끝? 파월, 찬물 끼얹었다 "긴축 주저하지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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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추가적인 긴축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겠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입장을 확인하면서다.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며 "현재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Fed의 목표치인 2%로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제약적인지 자신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 9월에 이어 2연속 동결(연 5.25~5.5%)됐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카드'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경고한 것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가 방향을 틀어 다시 상승하는 '헤드 페이크(Head Fakes)'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것에는 만족하지만, 목표치인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려면 갈 길이 멀다"며 "Fed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Fed가 중시하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7월부터 9월(전년 대비 3.7%)까지 둔화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미 경제의 강한 성장세가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을 냉각시키기 어렵게 한다는 우려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내년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아찔한 경고를 했다"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하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더해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한 여파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0.13%포인트가량 상승한 4.64%를 기록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몇 달간 좋은 데이터에 오도될 위험과 과도한 긴축의 위험을 모두 해결하기 위해 Fed는 계속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Fed가 맹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팀 헤드는 "파월 의장의 '더 엄격한 어조'는 필요한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Fed 내에서도 고금리 기조 탓에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해 가계‧기업에 부담을 주면서 'Fed의 일'인 긴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쟁점이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장기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은 실질적인 경제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이날 "장기 국채금리는 짧은 시간에 크게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이 금리의 움직임이 정책을 결정하는 데 유용한 변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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