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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철완의 마켓 나우

‘e퓨얼 하이브리드’도 자동차의 미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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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세계 최대 자동차 제작사는 포춘 글로벌 500 기준으로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올리버 블루메의 말을 업계 사람들이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e모빌리티(e-mobility)만을 강조하던 블루메 CEO가 작년 말 한 인터뷰에서 e모빌리티와 e퓨얼(e-fuel)을 모두 중시하는 ‘이중 e경로(double-e path)’ 전략을 제시했다. e모빌리티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이동·운송 수단’이다. ‘합성 연료’라고도 불리는 e퓨얼은 ‘전기 에너지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든 액체연료’이다. 쉽게 말하면 폭스바겐은 전기차와 e퓨얼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올해 3월 유럽연합(EU)는 2035년 실시 예정인 내연기관 신차 판매의 전면 금지 정책을 수정했다. 탄소중립연료로 인정받은 e퓨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는 퇴출을 면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중국에 몇 걸음 밀리는 EU·일본이 시간을 벌게 됐다고 분석한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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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퓨얼은 100년 전에 개발됐으나 경제성 및 시장성 부족으로 잠자고 있었다. e퓨얼은 원래 항공기나 선박 같은 장거리 이동 수단에는 필수적이다.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이차전지는 연료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즉 이차전지는 연료만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다. e퓨얼은 땅은 몰라도 하늘과 바다에서는 생존할 운명이었다. 내연기관차, 즉 엔진이 달린 모든 차량이 2030년대부터 퇴출당한다는 급진적인 전망이 흔들리게 됐다. e퓨얼의 부상으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다. 물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순수 내연기관차는 사라질 것이다.

배터리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하이브리드 강세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e퓨얼이란 신종 무기로 친환경성이 더욱 강화된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전기차와 경쟁에서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다. EU 자동차 업체가 그리는 가까운 미래 시장은 ‘내연기관 기반 e퓨얼 하이브리드’로 가득할지 모른다.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 있다. 연구·시장 차원에서 수소와 이차전지는 두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수소는 연료전지 전기차 같은 모터, 그리고 e퓨얼 기반 하이브리드 같은 엔진 쪽으로 개발될 것이다. 이차전지는 배터리 전기차 같은 모터와 e퓨얼 기반 하이브리드 같은 엔진 쪽으로 개발될 것이다. e퓨얼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 중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의 답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도 가솔린과 디젤이 공존했듯, e모빌리티와 e퓨얼이 가까운 미래에는 공존할 것이다. 다만, 먼 미래의 e모빌리티에 엔진이 사라질 수 있을지는 이차전지와 e퓨얼의 미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