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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이번엔 “60조 번 은행” 압박…금융당국 포퓰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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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34.03포인트 오른 2502.37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의 딜링룸 모습. [뉴시스]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34.03포인트 오른 2502.37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의 딜링룸 모습. [뉴시스]

최근 금융 현안 주도권을 정치권이 가져갔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화두를 던지고 금융 당국이 이를 주워 담아 논란을 정리·실행하는 모양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표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자칫 금융정책이 근시안적인 포퓰리즘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6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전면 금지는 사실상 여당이 주도했다. 전날 금융 당국은 이날부터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후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그간 금융 당국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며 공매도 금지를 풀지 않을 경우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대해서만 부분 허용했던 공매도의 완전 재개 시기를 저울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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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주가 부진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공매도 금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금융 당국은 막판까지 신중론을 고수했지만 결국 물러섰다. ‘완전 재개’ 추진에서 한시적이나마 ‘완전 금지’로 돌아섰다.

이복현

이복현

HSBC와 BNP파리바의 불법 공매도 행위 적발이 ‘명분’이 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시장 불안 속에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고 추가적인 불법 정황까지 발견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하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공매도 시행 여부와 주가와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도 총선을 염두에 둬서 정확한 근거 없이 논의된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역대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역대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또 금융 당국 수장은 횡재세 등 은행 초과 이익 문제와 관련해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압박했다. 이에 따라 공매도 전면 금지에 이어 은행 이익 환수가 새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이날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올해 은행 이자 이익이 60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 3분기만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합친 것보다 크다”며 “은행이 어떤 혁신을 했길래 60조원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었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6개 금융업권협회와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만나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 이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이익에 걸맞게 금융권의 한 단계 발전된 사회적 역할을 이끌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금융 당국은 16일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자발적 재원 출연 및 서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만약 재원 출연이 충분하지 않다면, 횡재세 등 구조적 이익 환수 방안으로 논의가 확장될 수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집권당 프리미엄을 이용해 정책 주도권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최고위원을 향해 “우리가 정책적 이슈를 계속해서 끌고 갈 것이니, 정책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뉴시티와 공매도를 이을 정책으로 청년주택청약 관련 패키지 정책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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