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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석달만에 1200원대…달러 힘빠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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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급격한 원화 강세가 3거래일째 이어지면서 원화값이 3개월 만에 달러 당 ‘1300원선’을 벗어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로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모두 하락한 데다, ‘공매도 전면 금지’ 효과가 더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아 원화로 한국 주식을 사들인 영향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25.1원 오른(환율은 하락) 1297.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1일(1283.8원)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4원 오른 1308원에 개장한 이후 상승 폭을 확대하더니 지난 3월 23일(29.4원) 이후 하루 단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우선 Fed가 지난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5.25~5.5%)를 2회 연속 동결한 게 비둘기(통화 완화)적으로 평가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발표된 미국 10월 비농업 일자리(전월 대비 15만 개 증가)가 시장 전망치(18만 개)를 크게 밑돈 것도 금리 정점론에 힘을 실었다. 이는 9월(29만7000개)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노동시장이 느슨해져야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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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 과열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강달러’ 현상은 주춤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5로 전주 대비 약 1% 하락했다. 5%를 넘나들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5%대까지 하락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금리도 4.8%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엔화당 원화값도 고공행진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같은 시간(879.93원)보다 12.55원 상승(환율은 하락)한 867.38원을 기록했다. 860원선이 뚫린 건 2008년 1월 15일(865.29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저성장 탈출을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엔화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하면 달러화·엔화를 산 투자자들은 환차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선 추세적인 달러 약세 흐름인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빛의 속도로 급락했다가도 가파르게 가격 회복이 이뤄지는 ‘flash crash(순간 폭락)’ 현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포럼을 계기로 진행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화상 대담에서 “Fed는 12월에도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 번의 추가 인상은 필요할 것”이라며 “여전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있고, 경제가 꽤 견조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4분기에도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 안팎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14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에 따라 달러화의 방향성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가 그간 저평가돼 온 한국 등 아시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3개월 리스크 분석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중국과 인도·대만·한국 등의 통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싱가포르 BNY 멜론 투자관리의 아닌다 미트라는 “환율 유연성이 충분하고, 정책적인 시장 완충 장치가 있으며, 펀더멘털(기초 체력)도 나쁘지 않고, 단기 부채 비율은 더 낮다. 지금 아시아 지역의 성장 에너지는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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