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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원금 분할상환 요청하니 이자 1→4.3%로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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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가 5~6일 접촉한 10년 차 이상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리금 분할상환과 취업비자 조건 등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했다. 윗줄은 6일 서울 서초구 가게에서 염광택씨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아랫줄은 왼쪽부터 임동욱·정동관·이규엽·정경재씨.

중앙일보가 5~6일 접촉한 10년 차 이상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바라는 지원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리금 분할상환과 취업비자 조건 등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했다. 윗줄은 6일 서울 서초구 가게에서 염광택씨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아랫줄은 왼쪽부터 임동욱·정동관·이규엽·정경재씨.

“코로나19 전에 하루 200만원이던 매출이 요즘은 30만~4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파산 직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하철 역세권이어도 손님이 오지 않으니 ‘음식이 잘못됐나’ 하는 고민만 늘었어요. 유명한 맛집 사장도 요샌 문 앞에 나와 서성이는 게 일입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규엽(65)씨는 “마스크를 벗으면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다가 채소와 고깃값, 인건비, 공공요금, 임대료 등은 다락같이 올랐다. 이씨는 “코로나19 때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대출받은 지 2년이 지나 매달 원리금 60만~70만원씩 갚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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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중앙일보는 5~6일 10년 차 이상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상공인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정동관(64)씨는 이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소상공인 지원 자금 1000만원을 1%대 저리로 빌렸다. 하지만 원금 일부를 먼저 갚으려 하니까 은행으로부터 ‘한번에 모두 갚거나 다시 거치해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정씨는 “이후 대출 기간을 연장했는데 금리가 4.3%가 됐다”며 “이거야말로 ‘돈놀이’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부가 약속한 저리 융자자금 4조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개집을 운영하는 유덕현(68)씨는 “빚만 계속 늘어나는 건 아닌지, 많은 소상공인이 대출을 추가로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요금도 큰 부담거리다. 22년 차 소상공인 염광택(54)씨는 “식당을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지난여름에 전기요금으로 800만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외국인 인력 취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령 올해 정부가 숙박업에 H2(방문취업) 비자와 F4(재외동포) 비자를 소지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청소 업무는 못하게 돼 있다. 충남 천안에서 숙박업을 하는 정경재(70)씨는 “한국말이 서투른 외국인을 카운터에 앉힐 수 없으니 한국인 4명을 고용했는데 인건비가 매출의 40%”라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외국인 인력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숙박업주가 40%는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염광택씨도 “가장 어려운 건 인력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국인이 거의 지원하지 않으니 주로 중국 교포를 고용한다”며 “정부에서 외국인 인력 취업 문을 넓혔다고 하는데 여전히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비자 발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에 대해 아쉬움도 호소했다. 16년째 해물 포장마차 가게를 운영하는 임동욱(54)씨는 오는 24일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종료에 대해 “종이컵·나무젓가락 사용 제한은 이해한다고 해도 이쑤시개를 무엇으로 대체할지 물어보니 아무도 답이 없더라. 취지는 좋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소상공인 업계에 대해 ‘벼랑 끝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비 유도를 위해 소상공인 업소 대상으로 신용카드 공제율을 높여 주거나 미국·유럽처럼 코로나19 같은 위기 때 장기적인 지원책을 펴는 등 실질적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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