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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리 장단에 맞추나…尹 '종노릇' 비난에 난감한 은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은행권이 정부의 ‘갈지(之)자’ 압박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 ‘갑질’과 같은 원색적인 표현으로 은행을 비판하면서다. 당장 은행권은 소상공인 등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이는 가계대출 억제책과는 반대 방향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금리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은행을 겨눈 발언을 두고 2일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시기 막대한 이자 이익을 낸 은행이 자기 잇속만 채우지 말고 서민들의 금리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발언 모두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의 사례와 연관돼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 이자이익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2020년 4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55조9000억원으로 불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9조4000억원의 이자 이익을 거둬들였다. 이 추세면 지난해 이자이익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 이익을 줄이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당장 금리를 내리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금리가 낮은 서민금융상품에 출연금을 더 내는 것 역시 금리 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본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런 가운데 고금리 고통 해소를 위한 금리 인하 압박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였는데, 상생을 주문하는 메시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를 낮추거나 금리가 낮은 특판 상품 판매를 늘리면 대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급증하는 금융권 가계대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급증하는 금융권 가계대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권에선 ‘상생 금융 시즌2’가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도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은 잇단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7일 금감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표’ 상생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일조했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이복현 원장은 “은행권 등에서 지원한 4000억, 5000억원 정도로는 가계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고 맞받았다.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초과 이익에 대해 세금을 걷는 ‘횡재세’도입 목소리도 제기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횡재세 도입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정부의 은행에 대한 입김은 내년 초까지 다시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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