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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병에 맞아도 참아야…산재담당 직원 울린 악성민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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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9월 근로복지공단 울산본부에서 한 민원인이 공단 직원에게 박카스병(붉은색 원)을 던지는 폭행을 가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지난 9월 근로복지공단 울산본부에서 한 민원인이 공단 직원에게 박카스병(붉은색 원)을 던지는 폭행을 가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1 근로복지공단 울산본부에서 특별민원(악성 민원)을 담당하는 A씨는 지난달 민원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칸막이 하나 없는 민원실에서 대화하던 중 민원인이 돌연 욕설과 함께 박카스병을 집어던진 것이다. A씨는 목 부위에 맞아 타박상을 입었다.

#2 같은 달, 근로복지공단 한 지사에서 근무하던 B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는 산재 노동자를 상대해야 하는 재활보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극심한 업무 쏠림과 과다한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를 지원하는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정작 과중한 업무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7월부터 전속성 요건 폐지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100만 명 넘게 확대됐음에도 인력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재 신청 접수 건수는 2018년 13만8576건에서 2022년 18만1792건으로 매년 빠른 속도로 늘었다. 올해 1~8월 접수 건수는 12만94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

산재 신청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직원들을 괴롭게 만드는 특별민원도 증가 추세에 있다. 근로복지공단 특별민원은 2019년 54건에서 2022년 80건으로 매년 조금씩 늘었다. 올해도 1~9월 기준 67건을 기록했다. 특별민원은 폭언 또는 협박을 3회 이상 하거나 성희롱·폭행·위험물 소지·난동 등을 벌이는 경우를 의미한다. 2회 이하의 폭언·협박까지 합치면 실제 특별민원 건수는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하지만 인력 충원이 더딘 탓에 공단 직원들에게 쏠리는 업무 부담은 훨씬 커지고 있다. 2019년 대비 2022년 민원인 수가 22% 증가하는 동안 재활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수는 7.7%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인당 담당 접수 건수도 5399.6건에서 6031.6건으로 11.7% 증가했다.

더구나 특정 사업자에 대한 전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됐던 배달라이더·대리기사에 대해서도 지난 7월 1일부터 사업자 전속성이 폐지되면서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132만4000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재 신청 건수도 1만9000건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374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고용노동부는 180명으로 줄였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8명으로 대폭 감축했다. 최초 요구안의 46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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