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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이대로 가면 총선 진다…용산, 당에 공천자율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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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험지 호남에서 민심 얻기에 전력해온 30대 정치인이다. 최기웅 기자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험지 호남에서 민심 얻기에 전력해온 30대 정치인이다. 최기웅 기자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4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김기현 대표와 김대기 비서실장의 용퇴가 절실하다"며"이념적 정체성과 전략적 유연성을 겸비한 인물들을 후임자로 기용하고 공천에서 당의 자율권을 보장해야만 총선에서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일문일답.

'30대' 천하람 국힘 당협위원장, 강서구 보선 참패 진단 인터뷰 #"의원들 공천 잘릴까봐 말 한마디 못해, 호남선 내게 탈당 권유" #"김기현,용퇴만이 본인도 당도 살길.임명직만 자르면 만사휴의" #"대통령, 꾸준히 얘기하면 듣는 분..비서실장 바꿔 언로 틔워야"

-보선 참패 이후 호남 분위기는

"의기양양하다.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호남도 전국 판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약진했다. 그런데 이번엔 주민들이 '천 위원장, 그거 봐. 지금이라도 민주당 와. 현 정부는 끝났어'란 말을 공공연히 한다. 호남이 이 정도면 대구·경북은 몰라도 부산·경남은 동요할 수 있다."

-당의 위기감은 어떤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지도부 물러나라'는 연판장 돌리겠다며 부글부글한다. 당은 집권 1년 반 내내 대통령실에 반대 의견은커녕 대안 제시 한번 못한 결과 참패했다. 그런데 쇄신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 책임론으로 번지는 걸 막으려는 몸부림만 느껴진다.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데 두 가지다. 우선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총선 치르기 쉽지 않아 용퇴가 불가피하다. 김 대표는 남고 임명직만 잘라선 국민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대통령실에 할 말을 할 수 있는 인물로 당 대표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도 살고 당과 나라도 산다. 대통령실도 비서실장 교체가 절실하다. 둘째는 공천이다. 전략 공천은 최소화하고 공정한 공천이 보장돼야 한다. 즉 대통령실이 당에 '낙하산 공천 없다'며 공천의 자율권을 주는 거다. "

-당과 대통령실이 소통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의원들이 용산에 말 한마디 잘못했다 공천 잘릴까 봐 잔뜩 졸아있다. 방송 출연하는 의원들은 '대통령실 문제없다'고 하지만 익명으로 인터뷰한 기사 보면 '이런 지지율로는 총선 못 치른다'고 난리이지 않나. 그 차이가 바로 의원들의 공포를 상징한다. 의원총회도 '침묵의 카르텔' 이 심각하다. 비주류로 찍힌 몇몇 의원들만 말을 할 뿐 죄다 입을 닫고 있다. 오죽하면 나한테 '당신이 쓴 소리 좀 해 달라'고 전화했겠나. 대외적으로는 조용한 의원 10여명이 사적으로는 내게 불만을 토로한다. 내가 당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을 돌리니까 어떤 의원은 '더 세게 쓰지 그랬나'고 하더라"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은 어떤가

"대통령이 남의 얘기 잘 안 듣기만 하시지는 않을거다. 오히려 '꾸준히 얘기하면 듣는 분'이란 말을 들었다. 다만 그렇게 꾸준히 얘기하는 참모가 대통령실에 드문 것 같다. 따라서 이념적 정체성과 유연성을 겸비하면서 대통령과 신뢰가 두터워 결정적 순간 직언할 수 있는 이가 비서실장 돼야 한다. 김대기 실장도 좋은 분이지만 정치 경험은 없으니 총선 앞둔 위기 상황에서 교체가 불가피하다. 당에선 '대통령의 정무적 조언자가 도대체 누구냐'는 말이 파다하다."

-지난해 윤 대통령 찍은 20·30대 표심은

"내 또래(30대)들 얘기 들어보면 저쪽(민주당)으로 돌아선 건 아니지만, 현 정부에 실망이 매우 크다. 지난해 윤 후보를 찍었을 때 바란 게 불공정 일소였는데 집권 뒤 보니까 전 정권 불공정만 치고 자신들 내부의 불공정은 안 치니 전 정권과 다른 게 뭐냐고 하더라.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사고가 터져도 책임지는 사람은 왜 하나도 없냐고도 하더라.  청년들이 실망한 또 다른 이유는 인사나 정책이 거칠다는 거다. 일례로 연구개발(R & D)에서 예산 낭비가 발견됐다면 문제 된 부분만 도려내면 되는데, 예산 전액을 삭감해버리니까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

-전국 여론조사 보면 여야 지지율이 비슷한데

"여야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30% 넘는 무당층에선 '대통령 잘하고 있다'는 30%에 그치고, '대통령 못 한다'가 60% 넘는다. 이대로 가면 총선 지는 거다. 강서구청장 선거도 원래 민주당 표는 30%대지만, 무당파 30% 가운데 70%가 민주당에 붙은 거로 보인다. 그러니 참패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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