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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 된 2인의 슬픈 삶

중앙일보

입력


뮤지컬 풍년이었던 2006년. 대미를 장식할 두 편의 대작을 소개한다. 비운의 국모 명성황후의 일대기를 그린 '명성황후'와 스페인의 젊은 호색한을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돈주앙'. 두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이 환상적 노래와 춤, 화려한 의상 및 완벽한 무대장치를 통해 펼쳐진다. 날씨만큼이나 건조해진 감성에 샘물을 붓고 싶다면 짬을 내 객석의 주인이 돼봄직하다.

감동·볼거리 연속…한눈 팔 틈이 없다
명성황후
시해(1895) 100주기를 맞이해 1995년 제작·기획된 초대형 창작 뮤지컬·명성황후는 16세에 조선조 고종황제와 결혼해 국사에 큰 역할을 하던 중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 당한 인물이다. 한 나라의 국모로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녀의 절절한 삶은 만국 공통정서인 애국심과 결합해 이 작품을 국제적 문화상품으로 거듭나게 한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한 지 2년 만에 뉴욕 브로드웨이에 도전, 해외진출 뮤지컬 1호가 됐다. 전회 기립박수라는 놀라운 성과와 함께 뉴욕타임스로부터 "관객의 국적을 불문하고 감동받기에 충분하다"는 평을 얻어냈다. 또 2002년에는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한국 뮤지컬 세계화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지금껏 총 670회 공연에 92만 명의 국내외 관객이 공연을 만끽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초연 이래 10여 년간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998년 뉴욕·LA 투어 때 새로 삽입된 무과시험·무당굿 대목은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가는 곳마다 극찬을 받았다. 또 디자이너 김현숙이 맡은 무대 의상은 한국의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품격 높게 재창조했다는 평가다. 독특한 질감과 깊이 있는 색감은 뉴욕과 런던·LA·토론토 등 세계 무대에서도 탁월함을 인정받았다.
2시간 남짓한 공연은 감동과 볼거리의 연속이다. 잠시도 한눈 팔 여지를 주지 않는다. 무대장치 하나에도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육중한 회전무대는 당시 조선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세를 상징한다. 빠른 장면 전환을 위해서도 퍽이나 유용하다. 바닥에는 조선이 바라보는 세상이 지도로 그려져 있다.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발'도 눈여겨볼 만하다. 불투명한 발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중적인 일들이 극의 전개를 자극해 감정을 부추기기도 한다. 무대는 서울연극제와 한국뮤지컬대상 등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지닌 박동우가 맡았다. 12월 2일∼2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VIP석 12만원). 문의 02-575-6606

화려한 의상·경쾌한 플라멩코 무대 압도

돈주앙
천하의 바람둥이, 사랑에 빠지다. 따라서 결말이 비극임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은 한 여인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목숨으로 대신한다. 돈주앙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몰리에르의 희곡, 할리우드 영화, 보리스 에이프만의 발레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단골소재다.
돈주앙. 그에게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한 사랑에 대한 주위의 충고는 소귀에 경 읽는 격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아'라는 한 여인이 나타나면서 치명적 사랑이 시작된다. 진정한 사랑인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하는 주인공. 하지만 운명은 그를 순순히 놓아두지 않는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는 눈을 감고 있어도 장면을 생생히 떠올리게 만든다. 총 41곡 가운데 돈주앙과 마리아가 부르는 이중창 '샹제(Changer)'가 대표곡이다. 스페인 세비야를 무대로 펼치는 이 작품은 내용은 슬프지만 늘어지지 않는다. 15명의 스페인 전문 무용수들이 꾸미는 플라멩코 춤의 향연은 현란하고 힘이 넘쳐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플라멩코 군무는 오래도록 마음 속에 잔상을 남긴다. 완벽한 댄스와 플라멩코의 경쾌한 발구름 소리가 오롯이 전해지도록 프랑스·캐나다 공연 때 사용했던 특별 원형무대가 공수됐다.

무용수들의 화려한 의상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겹겹이 제작된 드레스는 터닝 동작 때 만개한 꽃이 된다. 전통 플라멩코 의상보다 실루엣과 컬러를 좀더 모던하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 총 100벌 정도 선보이는데, 이는 조끼·치마·바지 식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300여 벌이나 된다. 무대의상 연출로 정평 있는 미셸 아멜과 조르주 레베스키가 디자인했다. 12월 16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VIP석 15만원). 문의 02-501-1377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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