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조정안 "유명무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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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 해결을 위해 설치된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의료사고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정하는 제도와 기구가 새로 확립돼야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서울대법원연구소의 이평수 연구원은 최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병원관리 종합학술대회에서 「의료분쟁과 현황」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비판했다.
이씨는 『의료사고는 의료인의 과실에 의한 사고와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구분되는데 의료인의 과실은 대부분의료인의 의무위반에서 나오며 가장 큰 분쟁의 불씨가 되고있다』고 했다.
국내 의료인이 진료 중 기울여야 하는 의무는 ▲의료행위시 주의 ▲의료재료나 기구의 활동·관리 ▲의료행위에 대한 확인과 비밀유지 등이다.
또 의료법에서는 ▲진료거부금지 ▲진단서교부 ▲의무기록작성·보존, 요양법의 지도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의료인의 과실에 의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피해자 측은 전문지식은 물론의 무기록 등에 대한 증거자료가 없어 사실상 입증이 어려운 상태.
또 의료행위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해도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판단을 해주는 기구가 없어 피해자 측이 의료기관을 점거하거나 농성, 심지어 폭력을 앞세우는 경우가 있어 의료인은 이에 대한 진료거부나 방어진료 등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이씨는『현재 의료분쟁의 해결을 위해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와 민사소송이라는 사법상의 방법이 있으나 조정기구는 전문지식 결여로 역할과 기능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사소송은 피해자 측에서 의료인의 과실을 증명해야 하나 현 실정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의료사고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의한 환자축의 피해가 현재로선 제도상의 미비로 보상받을 수 없다는데 있다.
이에 대해 보사부 의료제도과 박기준 과장은 『지난89년 총5백3건의 의료분쟁이 접수돼 수사기관에 제소된 업무상과실치상 및 치사도 3백5건에 이르고 있으나 서로 화해가 성립된 경우는 33건뿐이고 31건만이 공판 또는 약식처분 됐다』며 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현재 제도상의미비로 소수의 선량한 피해자가 적절한 보상을 방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의료사고 피해구제제도의 개선을 위해 현재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의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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