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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2㎝ 모자랐다, 그래도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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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우상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두르고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우상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두르고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우상혁(27·용인시청)이 ‘현역 최강’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의 벽을 넘지 못하고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은 4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3을 넘어 2위로 경기를 마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은 2회 연속 은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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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남자 높이뛰기는 사실상 우상혁과 바르심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둘의 대결은 올림픽닷컴이 개막 전부터 가장 주목한 라이벌전 중 하나였다. 우상혁과 바르심은 시노 도모히로(일본·2m29)가 3위를 확정한 뒤 1차 시기에서 각각 2m31과 2m33을 뛰어넘으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둘의 희비는 결국 올 시즌 우상혁의 최고 기록인 2m35에서 갈렸다. 바르심은 1차 시기에서 가볍게 성공해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작성했다. 반면 우상혁은 바에 몸이 걸려 함께 매트로 떨어졌다.

높이뛰기는 세 번 연속 실패하면 탈락이 확정된다. 우상혁은 금메달 도전을 위해 2차 시기 높이를 바르심과 같은 2m37로 올렸다. 과감한 시도였지만, 한 뼘이 모자랐다. 남은 두 번의 시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바르심도 2m37를 넘진 못했지만, 2m3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우상혁과 어깨동무를 한 바르심(오른쪽). 장진영 기자

우상혁과 어깨동무를 한 바르심(오른쪽). 장진영 기자

우상혁은 한국 육상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선수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2m35를 넘어 세계 4위에 올랐고, 바르심이 결장한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도 다시 2m35를 뛰어넘어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그러나 바르심은 강한 상대였다.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현역 최고 점퍼다. ‘전설’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2m45)에 이어 세계 2위(2m43)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남자 높이 뛰기에서 2m40 이상을 넘어본 선수는 역대 11명 뿐인데, 바르심이 그 중 가장 많은 11번을 넘었다. 가장 최근 2m40을 넘은 선수도 2018년 7월의 바르심이었다.

오늘의 항저우 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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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은 “2m33을 1차 시기에 넘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2m35까지 넘고 2m37의 한국 신기록도 세우고 싶었는데, 그게 무산돼 아쉽다”며 “내년 파리올림픽이 1년도 안 남았으니 잘 준비해서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르심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내 실력이 더 늘고 있는 것 같다”며 “바르심 선수 덕분에 흥미롭고, 재미있는 높이뛰기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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