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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전자 저가매수 기회? 개미들 추석 전 5100억 폭풍 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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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2차 전지 열풍에 외면 받던 반도체 주식에 돈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6만전자(삼성전자 주가 6만원대)’로 내려앉자 개인투자자가 7거래일 동안 5100억원어치를 폭풍 매수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7만전자가 6만원대로 하락한 지난달 19일부터 추석 연휴 전날인 27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5100억원 순매수했다. 7거래일 동안 가장 많이 산 종목이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개인 자금이 2400억원 몰려, 개인 순매수 종목 3위에 올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앞서 지난달 18일 기준 6월 이후 개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 삼성전자였다. 석 달 반 동안 개인은 2조620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처럼 ‘팔자’를 외치던 개인이 추석 연휴 직전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6만전자’라는 가격 이점(메리트)과 다음 주부터 이어질 이벤트가 투자자의 기대감을 키웠다. 오는 11일께 3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있고, 10월 말엔 반도체 업황의 실마리를 줄 컨퍼런스 콜이 열린다.

증권가는 연내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9만원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7만원대의 벽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14일 올해 가장 비싼 7만3400원까지 올랐지만, 한 달도 안 돼 6만원대로 미끄러졌다. 이후에도 6만원 후반~7만원 초반대에 갇혀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싸게 살 기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D램 가격이 반등을 보여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가장 중요한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대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만 진정되면 (삼성전자) 주가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가 연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도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년 가까이 거래를 하지 않던 고객사들의 재고가 바닥을 보이자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9월부터 재주문이 나타나고 있다”며 “감산 영향으로 공급은 적고 수요 개선이 시작된 만큼 이번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 납품을 시작하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다.

당장 다음 주 발표되는 3분기 실적부터 업황 회복의 실마리가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67조8415억원, 영업이익은 2조2912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이 6685억원에 불과했던 2분기와 비교하면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가 되살아난 반도체 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 주가를 견인하는 건 감산에 의한 공급자 측 요인이 크고 수요 요인은 약하다”며 “주가는 다소 완만하고 느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급변하는 거시환경도 불안 요소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 선행 지표가 나빠지는 추세라 국내 반도체 주가도 다시 하락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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