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개최국 중국을 꺾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 진출했다. 대회 3연패까지는 이제 딱 한 걸음만 남겨뒀다.
헨리크 시그넬(47·스웨덴) 감독이 이끈 한국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 공상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핸드볼 4강전에서 중국을 30-23으로 완파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3000여명의 중국 관중이 일제히 “자유(加油·힘내라)”를 외치며 일방적인 응원을 펼쳤지만 에이스 류은희(33·헝가리 교리)는 씩씩하게 7골을 몰아쳤다. ‘캡틴’ 이미경(32·부산시설공단)은 6골, 강경민(27·광주도시공사)도 5골을 터뜨렸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한다. 일본은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4강전에서 카자흐스탄을 40-22로 꺾었다. 일본과의 결승전은 5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 베이징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8차례 아시안게임 중 무려 7차례나 금메달을 따냈다. 유일하게 ‘노골드’에 머무른 대회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당시 한국은 아시안게임 6연패를 노렸으나 준결승에서 일본에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그쳤다.
여자핸드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3연패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을 꿈꾼다. 여자핸드볼은 아시아에서는 맹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는 옛말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건 15년전 2008 베이징올림픽이 마지막이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10위,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8위에 그쳤다.
대표팀 주장 이미경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 번도 ‘우생순 신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제는 우생순이 아닌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생순’은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을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스토리다.
앞서 조별예선에서 3전 전승(조 1위)으로 가볍게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이날도 중국을 상대로 한 수 위 실력을 선보인 끝에 승리했다. 전반 초반 류은희의 7m 스로 2개와 강경민의 득점 등으로 5-1까지 앞서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격에 나선 중국이 전반 혼자 4골을 넣은 진멍칭을 앞세워 추격한 탓에 한국은 전반을 15-14로 아슬아슬하게 앞섰다. 중국은 후반 첫 공격에서 궁레이의 득점으로 15-15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중국 관중은 한목소리로 “자유(加油)”를 외쳤다. 체육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강경민과 김선화(32·대구시청)의 연속 득점으로 17-15를 만들어 한숨을 돌렸고, 류은희가 후반 8분경 20-17, 3골 차로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중국이 다시 2골 차로 따라붙은 후반 10분에는 김선화와 김보은(26·삼척시청)이 잇달아 상대 골망을 흔들며 승기를 굳혔다.
류은희는 “2010년 광저우 참패 현장에 있었다. 이제 그 아픔을 극복해서 다행이고 기쁘다”고 밝혔다. 광저우 대회 이후 다시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4강 관문을 넘어서면서 당시의 ‘악몽’을 떨쳐냈다는 의미다. 그는 또 “그때 국가대표로 뛰었던 선수가 지금은 대표팀에 저 혼자”라며 “4강에서 일본에 졌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 일본에 더는 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미경은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중국 관중의 응원 소리도 잘 안 들렸다.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