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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31년 재임' 美상원 유리천장 깼다…90세 현직 여성의원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연방 상원 역사상 최장(6선·31년 재임) 여성 의원이자 현직 최고령 상원 의원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캘리포니아·민주)이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9일(현지시간) 별세한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별세한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파인스타인 의원이 전날 밤 워싱턴 D.C.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공식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영국 BBC 등은 그가 워낙 고령인 데다 최근 건강이 악화했다고 언급했다.

위원회 표결 과정에서 절차를 혼동하는 모습을 보여 사퇴 압박을 받아온 고인은 대상포진 등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2개월 이상 상원 회의에 출석하지 못했다. 올해 2월에는 차기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원 현직 최고령이었던 고인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현직 신분으로 사망하면서 ‘고령 정치인의 직무 수행’을 둘러싼 논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1970~80년대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첫 여성 시장 경력을 거쳐 1992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31년간 재임(6선)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첫 여성 위원장, 법사위원회 첫 여성 민주당 간사 등을 거치며 정치권 ‘유리천장(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을 깼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201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54%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6선(임기 6년)에 성공했지만 그 뒤 건강이 악화하면서 조 바이든(80) 대통령, 미치 매코널(81)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고령 정치인 논란에 휩싸였다.

29일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마련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 기억공간. AP=연합뉴스

29일 샌프란시스코 시청에 마련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 기억공간. AP=연합뉴스

15년 이상 고인과 상원의원 동료였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선구적인 미국인이자 진정한 개척자이며 질(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과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어 “자주 방(상원 회의실)에 있던 유일한 여성이었던 다이앤은 많은 미국인에게 롤모델이었고 여성 지도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줬다”며 “그는 강인하고, 예리하고, 항상 준비돼 있으며, 결코 공세를 접지 않았지만 동시에 친절하고 충직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인 매코널 의원은 “다이앤은 개척자였다”며 “그녀가 사랑한 고향 캘리포니아와 전(全) 미국은 그녀의 끈질긴 노력과 부지런한 봉사로 더 나아졌다”고 평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미국 진보 진영이 중시하는 환경보호, 생식권 존중, 총기 규제 등에 목소리 높여왔다. 특히 현직 시장이 총기로 살해당한 사건 이후 샌프란시스코 시장 대행을 거쳐 시장이 됐던 고인은 1990년대 특정 유형 공격용 무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입안해 통과시킨 바 있다. 총기 문제를 포함한 일부 현안에선 진보주의 정치 행보를 보이되 대체로 공화당 측과 타협점을 찾으려 한 실용주의자로도 평가받는다.

유족으로는 딸 캐서린이 있다. 그는 가족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을 때 어머니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했다. 금융투자자였던 남편 리처드 블럼은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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