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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월북 미군 추방한다…"북러 밀착에 이용가치 떨어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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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로이터=연합뉴스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7월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무단으로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트래비스 킹 이병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관련 조사가 끝났다며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전했다.

북한의 추방 발표는 킹 이병이 JSA를 견학하다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간 지 71일 만이다. 다만 킹 이병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방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그간 북한에 억류했던 미국 민간인들은 항공편을 통해 베이징으로 내보낸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 킹 이병의 추방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측과 비공개 협의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통신은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였다고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18일 킹 이병이 영내에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월북을 결심했다는 자백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사건을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필요에 따라 내부 결속이나 체제 선전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 등이 유엔군사령부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러 밀착으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킹 이병을 외교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축으로 하는 밀착을 통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킹 이병의 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웜비어 사태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만큼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킹 이병의 신변 안전을 놓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웜비어가 사망한 이후인 2017년 9월부터 줄곧 북한 여행을 금지하고 있어 웜비어 사건 이후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 국적자는 킹이 처음이다.

웜비어의 부모는 아들이 북한에 구금됐다가 2017년 식물인간 상태로 귀환해 사망했다며 2018년 4월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8개월의 소송 끝에 "북한 정권은 웜비어 유족에게 5억113만4683달러(약 5992억원)를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은 후에 관련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트래비스 킹 이병을 중국으로 추방했으며, 미 당국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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