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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우크라에 핵을 쏜다면…김진명표 픽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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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김진명은 핵을 쓰려는 푸틴과 그를 저지하려는 이들의 사투를 그렸다. [사진 이타북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장편 소설이다. 김진명은 핵을 쓰려는 푸틴과 그를 저지하려는 이들의 사투를 그렸다. [사진 이타북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을 쓰지 않을 거라 단언할 수 있을까? 만약 핵을 쓴다면 그 이후 세계는 어떻게 될까? 소설가 김진명(65)의 신작 장편 소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이타북스)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크라이나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 미하일은 민간인으로 위장한 러시아군 습격에 아내와 딸을 잃는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는 참전을 결심한다. 인간병기가 된 그는 우연히 미 해군 장교 출신 한국계 미국인 케빈 한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김진명은 그간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운명과 관련한 선 굵은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을 써 왔다. 600만 부가 팔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한반도 핵 문제를, 『황태자비 납치 사건』에서는 명성황후의 죽음을 다뤘다. 이번 소설도 이런 세계관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는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썼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크라이나 전쟁을 소재로 삼은 계기는.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푸틴은 여차하면 핵을 쏘겠다고 인류를 위협했다. 이 전쟁에서 푸틴이 이기면 너도나도 핵무장하게 될 거고, 북한 같은 나라는 더욱 핵 개발에 매달릴 것이다.”
제목이 꽤 노골적이다. 독재자의 죽음이 평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결국 소설은 작가의 바람이다. 푸틴이 죽고 러시아인에게 선택권이 왔을 때 그들이 자유와 번영을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물론 푸틴이 죽으면 2인자 또는 후계자라 주장하는 군벌이 우후죽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소설가에겐 시시한 이야기다.”
러시아의 핵 협박에 우왕좌왕하는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달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타협을 절대 거부한다. 미국만 멋있게 그린 거 아닌가.
“그게 실제 미국의 역사다. 유럽이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을 때도 지리적 거리감 때문에 비교적 초연할 수 있었다. 본토에서는 전쟁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밖에서는 대부분 이겼다. 그게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정신의 토대가 됐다. 소설 속 바이든의 스탠스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견지해 온 스탠스다.”
작품은 언제부터 썼나.
“전쟁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틴이 핵을 쓰겠다는 위협을 공공연하게 했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도울 게 뻔하니까 세계의 종말이 올 수 있다는 협박을 시작한 거다.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케빈 한은 핵 잠수함을 몰면서 미 대통령을 쥐락펴락한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설정은 왜 넣었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목하게 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우방의 지지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주변국의 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보자는 거다. ‘우리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 케빈 한을 한국계로 설정했다.”

김진명은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져 핵 공격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반면, 지금은 핵으로 인류를 절멸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지도자가 실존하는 상황”이라며 “책을 읽고 독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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