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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문제 장사 교사 24명…‘킬러문항 카르텔’ 수사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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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나온 이후인 지난 6일 춘천시 한 고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이번 시험은 2024학년도 수능 수준과 방향을 가늠할 척도가 된다. [연합뉴스]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나온 이후인 지난 6일 춘천시 한 고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9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이번 시험은 2024학년도 수능 수준과 방향을 가늠할 척도가 된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학원에 문제를 판 사실을 숨긴 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모평) 출제에 참여한 현직 교사 4명을 고소하기로 했다. 출제 참여 이후 학원에 문항을 판 교사들도 수사 의뢰한다.

19일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1일부터 2주간 학원에 문제를 팔았다고 자진 신고한 현직 교사 322명 중 수능이나 모평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24명을 추려 이 중 4명을 고소(업무방해 혐의)하기로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7학년도부터 수능·모평 출제진에게 ‘최근 3년간 상업적 문제집 집필이나 강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왔는데, 이를 의도적으로 숨겨 업무를 방해하고 시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본 것이다. 고소 대상 4명 중 3명은 수능 출제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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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에 참여한 이후 고액을 받고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혐의가 있는 교사는 22명(2명은 고소 대상과 중복)이다. 교육부는 이들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문항을 거래한 사교육 업체 등 21곳 역시 수사 의뢰 대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들 교사 중) 5억원 가까운 돈을 받은 경우도 있고,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도 다수”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고개를 숙였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수능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교육부가 미리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는지 반성할 부분이 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학원에 문제를 판 교사가 수능이나 모평에 비슷한 문제를 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사람이 낸 문제가 그대로 확정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출제·검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출제 과정에서 걸러지는 장치가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교사의 영리 행위를 조사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학원에 문제를 팔아 온 교사를 향후 수능·모평 출제진에서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자의 취업 제한 등 다양한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 대상 교사들의 징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교육청과 학교로 수사 개시 통보가 되면 직위 해제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며 “최종 징계 수위는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문항 출제 횟수나 대가로 받은 액수가 정확히 밝혀지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모의고사 출제 업체가 병역특례 업체로 지정돼 소속 전문연구요원을 문항 출제에 동원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병무청은 “해당 요원이 프로그램 개발 등 특례 분야가 아닌 국어 수능 모의고사 지문 작성 업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해당 업체를 고발하는 한편, 출제 업무에 관여한 전문연구요원의 복무를 연장하고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장상윤 차관은 “교육부는 앞으로도 관계 기관과 함께 고질적인 사교육 카르텔을 끊어내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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