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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돈이나 처우보다 사명감? '사랑해서 하는 일'이란 족쇄[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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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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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현암사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 적성에도 맞고 돈도 많이 버는 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수두룩하다. 개중에는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잖아’라는 딱지가 붙은 부류의 직업들도 있다.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특권을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받는다.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바로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현장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고발하고 문제 해결을 고민한 책이다. 지은이 세라 자페는 젠더, 노동, 불평등, 사회 변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던 저널리스트로 이 책을 통해 이른바 ‘사랑의 노동’이 가진 신화를 폭로했다.

미국 네바다주의 초등학교 스쿨버스. 2021년 8월 한 -[AP=연합뉴스]

미국 네바다주의 초등학교 스쿨버스. 2021년 8월 한 -[AP=연합뉴스]

이런 종류의 대표적인 직업이 노동 그 자체보다는 사명감을 더욱 중시하는 교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12년 차 교사 로사 히메네스와 같은 교사들은 일을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수업 외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더욱이 이 모두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은 교사의 능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보상해야 할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은 사랑에 뿌리를 둔, 아이들을 돌보는 타고난 성향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충돌해 왔다. 교사들이 용기를 내서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거나 단체행동을 하면 욕심이 많다고 하거나 오직 돈만 보고 저런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 사회에서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많은 교사가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교권 추락, 악성 민원, 과도한 업무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교사뿐 아니라 가정돌봄 노동자, 열정페이 인턴, 시간강사, 예술가, 비영리단체 종사자 등도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사랑의 노동’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사랑해서 하는 일이라는 사랑의 노동은 사기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 책에 나오는 해당 직업들이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한국에 대입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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