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흉기 난동' 최원종 첫 재판 10분만에 끝…"야 XX야" 유족 분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재판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법원을 빠져나오는 최원종. 사진 이기인 경기도의원

재판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법원을 빠져나오는 최원종. 사진 이기인 경기도의원

행인들을 차로 들이받고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한 '분당 흉기 난동범' 최원종(22)에 대한 첫 재판이 수사기록 확보 문제로 10분 만에 끝났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강현구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살인미수, 실인 예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원종의 첫 공판에서 혐의 인정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달 10일 검찰 송치 이후 한 달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최원종은 연한 갈색 계열의 수용복을 입고 법정에 나왔다. 최원종은 주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검찰 측이 공소사실 요지에 대해 밝힐 때는 눈을 감고 들었다.

최원종의 변호인은 10권에 3000장이 넘는 달하는 수사기록을 아직 열람·등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 표명을 보류했다. 재판부가 이유를 묻자 검찰은 "지난주에 늦게 신청해 허가했는데 아직 많아서"라고 말했다. "증거기록을 보고 말하겠다는 거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변호인은 "네"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욕설이 터져 나오며 잠시 소란이 일었다.

이에 재판부는 수사기록 등사·확인 작업과 피고인 측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고려해 다음 공판기일을 한 달여 뒤인 10월 10일 오전 10시로 지정하고 첫 재판을 끝냈다.

이후 최원종이 퇴정하자 재판을 방청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야 이 XXX야, 우리 애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60대 희생자 남편 "수사기록 열람 못 했다는 건 핑계"  

20대 여성 피해자 아버지(왼쪽)와 60대 여성 피해자 남편. 손성배 기자

20대 여성 피해자 아버지(왼쪽)와 60대 여성 피해자 남편. 손성배 기자

이날 가족 부축을 받고 법정에 나온 60대 여성 희생자의 남편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귀가 잘 안 들린다면서도 말을 이어 갔다.

그는 "사람을 죽이겠다고 계획하고 실행해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이런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다고 하는 데 아니지 않냐"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렇게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엄중히 경고해 막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수사기록을) 열람 못 했다는 건 핑계다.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그는 "대학 다닐 때 첫사랑이었던 아내를 참 사랑했는데, 요즘 아침에 일어나 눈물로 시작해 잘 때도 눈물로 끝난다. 너무나 허무해서 아내의 베개를 껴안고 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며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고 오열했다.

60대 희생자의 사위인 양모씨는 "남의 가정 파탄 내놓고 변호사 선임하고, 비공개 재판 요청하고, 재판 기일까지 미뤘다. 반성문 보면 고작 한 달 있어 놓고 힘들다고 한다"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명백한 살인자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피해자 사위 양모씨. 손성배 기자

60대 여성 피해자 사위 양모씨. 손성배 기자

20대 희생자 아버지 "범인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싶지 않아" 

이번 사건으로 20대 딸을 잃은 아버지는 "오늘 법원에 오면서 범죄에 대해 인정할까,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왔는데 (최원종의) 변호인 말을 들어보니 긴 싸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간 끌기라고 생각되는데 국민이 관심 갖고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범인을 처음 대면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내 딸 아이 죽게 한 놈에게 달려들어 숨통을 끊고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딸 아이의 인생을 빼앗아간 범인과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이 살고 싶은 심정 죽어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 56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 1명이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달 6일 사망했고, 역시 차량 돌진으로 피해를 본 20대 여성 1명이 뇌사 상태로 치료받다가 같은 달 28일 숨졌다. 이 밖에 시민 5명이 중상, 7명이 경상을 입었다.

범행 전날인 8월 2일 오후 7시쯤에는 다수를 살해할 목적으로 성남시 분당구의 백화점과 야탑역, 서현역 등에 흉기를 소지하고 가기도 했으나 실제 범행에는 착수하지 않아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최원종이 망상을 현실로 착각하고, 폭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