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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학, 모평 난이도면…“만점자, 의대정원보다 많을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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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일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평가(이하 9월 모평)는 “킬러 문항(초고난이도 문제) 없이도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험생들은 예상보다 어려웠던 국어와 영어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수학은 최상위권 수험생에겐 킬러 문항이 없는 무난한 시험이 됐지만, 쉬웠던 다른 문제들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중위권에게는 더 어려웠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어와 영어의 경우 쉬운 지문에 어려운 선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소장은 “매력적인 오답이 많아 학생들의 정답지 선택이 둘로 갈린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메가스터디가 회원들이 입력한 정보를 토대로 공개한 오답률을 보면, 두 번째로 오답률이 높았던 국어 15번은 정답 5번과 오답 4번의 선택 비율이 각각 36%로 같았다. 27번 역시 정답 4번과 오답 3번 선택 비율이 각각 36%와 38%로 비등했다. 남 소장은 “보통 킬러 문항은 독해 자체가 어렵다 보니 문제를 포기하고 찍는 아이들이 많아 오답 선택률이 중구난방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영어의 경우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답은 못 찾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김찬영 종로학원 영어 강사는 “지문 내용과 사용 어휘는 쉬웠지만, 선지의 답이 비유적인 표현이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오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꼽힌 33번 문제의 경우 시대를 앞서가는 발명이나 발견에 대해 다루는 지문인데, 정답은 이를 걸음에 비유적으로 표현한 4번(were only one step away, 한 발만 떨어진)이었다.

수학은 체감 난이도가 수준별로 엇갈렸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수학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무난한 수준으로 느껴졌다”며 “3000여 명인 의대 정원보다 수학 만점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윤곤 소장은 “과거 수능에선 정답률이 70% 가까운 문제들이 절반 이상이었는데, 이 문제들의 난이도가 다 올라갔다”며 “2등급 이하의 학생들에게는 문제가 어려워져서 오히려 점수가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8개 사교육 업체가 내놓은 이번 9월 모의평가 등급별 컷을 보면 2~5등급 점수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1점씩 낮았다.

입시업계에서는 새로운 수능 경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현우진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는 “수능 시험의 변태스러움이 과감하게 없어졌다. 그것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수학적으로 이렇게까지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비 꼬고, 계산도 많고, 해석도 새로웠는데 이런 게 전혀 없어졌다. 이게 맞다고 본다. 더 건강한 시험이 됐다고 감히 평가한다”고 말했다. 유명 일타강사인 현우진 강사는 정부가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애들만 불쌍하지”라며 수능 기조 변화에 따른 혼란을 우려했던 인물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출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혁신센터장은 “10번 문제의 경우 난이도는 높지 않았지만, 교육 과정 밖에서 출제됐다. 교과서적으로 풀면 미지수 세 개를 상정해야 하는데, 현재 교육 과정에선 미지수를 두 개까지만 쓸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논란을 피해가는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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