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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이다" 연일 오인 소동…아수라장 된 출퇴근길 지하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유동인구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흉기 난동'으로 오인해 대피하는 소동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강력범죄에 대한 경계심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이 실시된 지난달 23일 오후 지하철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보안관 안내를 받으며 대피를 하고 있다. 뉴스1

공습대비 민방위 훈련이 실시된 지난달 23일 오후 지하철 시청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보안관 안내를 받으며 대피를 하고 있다. 뉴스1

7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8시22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을지로4가역으로 향하던 외선순환 열차 안에서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가고 있다"는 112 신고가 빗발쳤다.

열차 안에서 나온 비명을 듣고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줄 오인한 다른 승객들은 한꺼번에 출입문 쪽으로 몰리면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가 을지로4가역에 정차하자마자 승객들이 우르르 내리는 과정에서 4명이 다쳤고 1명은 경미한 부상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피 소동이 벌어진 2호선 열차는 을지로4가역에서 6분가량 정차했다. 당일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는 "칼부림 범죄가 난 줄 알았다", "사람들이 묻지 마 범죄자와 같이 내렸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5일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있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승강장에서 5일 오후 6시20분쯤 20대 남성이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을 추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른 승객들은 흉기 난동이 벌어진 줄 오인해 대피했다. 당시 피해자가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주변 시민들이 범인을 뒤쫓는 것을 칼부림 등으로 오해한 것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열차 안에서 한 외국인 승객이 쓰러지자 승객들이 칼부림으로 오인해 대피했다. 이틀 뒤에는 1호선 열차 안에 흉기를 소지한 승객이 있다는 오인 신고가 경찰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타지하철 앱을 활용한 긴급신고 화면. 사진 또타지하철 앱 캡처

또타지하철 앱을 활용한 긴급신고 화면. 사진 또타지하철 앱 캡처

서울교통공사는 이에 "(무작정 대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시에 따라는 게 중요하다"며 범죄, 부상자 발생 등 지하철 내 긴급상황 발생 시 이용객 안전 확보와 함께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 방법을 소개했다.

지하철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전동차와 역사 내 마련된 비상호출장치 또는 전화·스마트폰을 이용해 직원에게 그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비상호출장치는 통상적으로 한 칸의 양쪽 끝 출입문 옆에 각 1개씩 부착돼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이 장치로 전동차에 탑승하고 있는 승무원과 즉시 통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역과 전동차 내외를 가리지 않고 곧바로 신고하는 방법으로는 공사 고객센터(1577-1234, 전화 및 문자 가능)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또타지하철' 내 '긴급민원' 기능이 있다.

칼부림 예고 공포 여파…"예방 정책 필요"

'오인 대피 소동'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최근 발생한 '신림동·서현역 흉기 난동', '관악구 등산로 강간살인' 등 일상적인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강력범죄와 그로부터 파생된 칼부림 예고 글이 거론됐다. 경찰은 지난 7월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살인예고 글 게시자 총 246명을 검거하고 이 중 24명을 구속했다.

전문가들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가 이어져 이런 혼란이 야기된다며 체계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이런 사건은 한 번 발생하면 감염되는 효과가 있다"며 온라인에서 잇따르는 테러 글에 대해선 "장난으로 올린 글이 범죄로 이어지는 촉발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경각심을 갖도록 수사기관 등이 의지를 갖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범죄들이 일상적 장소를 범죄 장소로 느끼게 해 우리 사회에 공포를 스며들게 했다"며 "사회에 더는 스며들지 않도록 정부의 체계적인 예방 정책, 현장 대응 정책, 사후 진압 및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선 살인 예고 등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발되는 불법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갑)은 이날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불법·유해정보를 차단하고 국민에게 건강한 정보통신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체 모니터링,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 민원 등을 통해 불법 정보 유통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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