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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MRI' 절반이 "센터서 권유" "패키지 포함"…정말 필요했나

중앙일보

입력

건강검진에서 전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PET-CT) 등을 받아본 국민의 절반은 검진센터의 권유 때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건강검진은 실제 암 사망률 등에 영향을 거의 못 주는 '과잉검진'일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MRI 검사를 시작하기 전 환자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MRI 검사를 시작하기 전 환자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한민국의학한림원·국립암센터 주관으로 7일 오후 열리는 제23회 보건의료포럼에서는 '과잉검진'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가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두지 않는 건강검진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할 예정이다.

강은교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 선임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10월 11일~11월 4일 20세 이상 성인 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한 민간 검진 대국민 인식도 결과를 발표한다. 이 결과에 따르면 건강검진 목적으로 PET-CT를 했다는 이들은 28.7%였는데 32.6%는 '검진센터 검진 패키지에 포함돼 있어서', 20.6%는 '검진센터 의료진이 권유해서' 검사를 받았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근거가 부족해 자칫 과잉검진이 될 수 있는 검사를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신 MRI, CT도 검사 경험이 있는 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47.8%)가 같은 이유로 검사했다고 답했다. 이런 검사들이 전신에 생길 암을 모두 찾는 방법이라는 데 10명 중 7명 가량(PET-CT  70.8%, 전신 MRI·CT 68.1%)이 동의했고, 검사받을 기회가 있다면 받겠다는 응답은 90% 가까이(PET-CT 88.2%, 전신 MRI·CT 87.1%) 됐다.

강 연구원에 따르면 7곳 검진기관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5개 검진센터가 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지만 2곳만 공단 검진에 추가로 맞춤형 검진을 실시하거나 기본 검진과 국가 검진을 병행할 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형태로 프로그램 운영했다. 25만원부터 99만원까지 기관별 가격이 4배 정도 차이 났다. 프리미엄 검진은 숙박 검진 형태로 운영하는 기관이 가장 고가였다. 숙박검진 시 비용은 700만원~1100만원대 초반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도한 검진은 과잉진단, 과잉치료로 인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불필요한 의료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강 연구원은 “무증상 암, 전암단계 혹은 위험요인 대한 선별 검사는 매우 많은 수의 사람들을 위험하다고 분류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극히 일부만이 치명적인 암에 걸리게 된다”라고 지적한다. 대부분 수진자가 검사의 효과(정확도)를 실제보다 높게 인식하고, 검진 목적으로 해당 검사를 받고자 하는 의향이 있는데 불필요한 검진 줄이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주고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단 게 강 연구원 주장이다.

포럼에서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도 매년 시행하는 건강검진의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할 예정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췌장암, 난소암, 갑상샘 암, 만성폐쇄성폐질환, 경동맥 협착 등의 검진을 D등급(예방서비스 시행하지 않음)에 넣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병원 검진센터조차 이런 검사를 검진항목에 넣어 수익을 추구한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이 교수는 동네 자주 가는 의원의 1차 의료 의사로부터 개인의 위험요인을 평가받고 이에 따라 예방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잉 검진 관련 이미지.

과잉 검진 관련 이미지.

이날 관련 전문가들은 한림원이 앞서 발표한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샘 초음파 검사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의 저선량 흉부 CT ▶췌장암 건강검진 ▶암 건강검진 목적의 PET-CT 검사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의 암 검진 등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암 검진 권고문 등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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