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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업체들 ‘블랙아웃’ 강수…유료방송에 “송출 중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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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홈쇼핑 업계와 유료 방송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 송출 중단 카드를 줄줄이 꺼내 든 것으로 확인돼 송출 수수료 문제에 따른 방송 ‘블랙 아웃’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에 다음 달 말 이후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최근 통보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충남·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현대홈쇼핑·CJ온스타일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 가구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같은 지역에서도 LG헬로비전이 아닌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IPTV)로 유료 방송을 보는 경우에는 홈쇼핑 채널을 그대로 시청할 수 있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비에 10월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했다.

송출 수수료 갈등은 해묵은 문제지만 홈쇼핑사가 자발적으로 방송 송출까지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다.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과 비교해 33.3% 증가했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방송취급고(판매한 상품 금액 총합)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이 65.7%에 달했다. 방송을 통해 팔린 상품값의 약 3분의 2가 송출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TV 시청 인구가 줄면서 홈쇼핑 업황은 악화하고 있다.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49.4%로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TV홈쇼핑 주 시청 연령층마저도 TV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연령별로 ‘일상의 필수 매체’로 TV로 꼽은 비율이 60대는 72.8%→52.5%, 50대 50.2%→31.8%, 40대 23.8%→9.2%로 떨어졌다. 반대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꼽은 비율은 해당 기간 20% 안팎씩 상승했다.

홈쇼핑 업체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2020년 1557억원에서 2022년 1127억원으로 매년 200억원씩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58.4%나 급감한 259억원에 그쳤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방송법 위반에 따른 새벽방송 중단 영향까지 겹치며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8% 하락했다. CJ온스타일도 연간 영업이익이 2020년 1798억원에서 지난해 878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 부진으로 송출 수수료를 감당해낼 여력도 떨어졌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채널에 인접한 앞번호에 가장 높은 송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수수료는 뒷번호로 갈수록 낮아진다.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은 각 유료 방송 사업자에 저렴한 “뒷번호로 이동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방송 중단 결정이 다른 업체로도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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