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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사이버 안보 협력 더 다져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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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3국은 캠프 데이비드 공약과 원칙, 정신의 3가지 합의문을 도출했다. 한·미·일은 동북아 안보 협력체로 쿼드(QUAD, 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미·영·호주 외교안보협의체) 같은 인태 지역 주요 협력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4월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포괄적 동맹으로 격상된 이후 또 한 번의 큰 진전이다.

3국 정상회의서 중요성 확인
사이버는 미래사회 핵심공간
AI·반도체·우주 등과 연결돼

[일러스트=김지윤]

[일러스트=김지윤]

이번 협력에 일본이 포함되면서 과거사 외에도 독도 영유권 및 동해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 여러 예민한 문제가 결부되고 있다. 또 중국에 대응하는 형태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대중 관계나 3국 각각의 손익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안보·경제 발전과 미래 번영을 위한 큰 진전이며, 우리 미래의 핵심인 사이버 공간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 협력을 우리 안보와 국익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과 세부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안보이다. 북한 핵미사일 발사 위협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북한이 경제 제재 이후 암호화폐 등 해킹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충당하는 상황에서 북한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공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은 고무적이다.

북한 외에도 중국·러시아가 촉발할 수 있는 동북아 역내 위협에 대한 협력도 중요한 성과이다. 한·미·일 3국은 한 국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하여 협의하며 정보 공유와 공동 훈련 등의 협력 조치를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우리에게 동북아 위협에 대응하는 주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인공지능(AI) 등 핵심 신흥 기술 관련 협력이다. 각국은 AI를 패러다임으로 바꿀 ‘전환적 기술’로 인식하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AI 관련 보안, 글로벌 거버넌스, 표준화, 신뢰성 검증 등 여러 과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AI 분야 한·미·일 협력은 AI 미래 주도권 경쟁에서 우리에게 주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혁신 기술, 공급망, 우주 관련 협력도 우리에게 중요한 소득이다. 반도체·양자컴퓨팅·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3국은 협력을 강화하며 국제 표준화, 연구소 간 공동 연구 수행, 인적 교류 등의 협력을 합의했다. 또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기경보체계, 핵심 국가 및 품목 지정과 정보 공유 등 여러 대응 노력이 포함되었다. 우주 분야 협력 역시 미래 우주 공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대한 성과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사이버 안보이다. AI 양자컴퓨팅 기술은 결국 사이버 공간과 결부되며, 반도체 등 공급망과 우주 역시도 사이버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 사이버 공간 국가의 안보와 경제 활동, 미래 번영을 위한 핵심 공간으로 사이버 안보 확립이 필요하다. 지난 4월 한·미 사이버안보협력 프레임워크에 이어 한·미·일 차원에서 새로운 사이버 안보 협력이 기대된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은 안보와 미래 번영을 위해 핵심적 이정표다.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혜를 모아 우리 안보와 국익을 위한 후속 대응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자폭탄 개발을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가 인기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오펜하이머 개인이나 미국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다. 영국·캐나다 등의 국가들과 독일 등 여러 국적의 과학자들의 성과와 협력의 집합체라 볼 수 있다. 또 국가 안보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냉전 이후의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다.

우리는 AI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등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 중대한 시기에 한·미·일 3국이 안보를 비롯한 기술과 경제 협력체를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협력이 우리 안보와 미래 번영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