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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위기 촉발시킨 헝다,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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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02면

중 부동산업체 연쇄 디폴트 위기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신호탄이었던 ‘헝다(에버그란데)그룹’이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이어 헝다 그룹도 파산보호 신청에 나서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 불길이 계속 번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 시간) 헝다가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해외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에서 좀 더 시간을 벌기 위해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챕터 15’는 다른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안 미국 내 채권자들의 채무변제 요구와 소송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국제적인 지급 불능 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 측은 미국 파산법원에 낸 청원서를 통해 홍콩과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협상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헝다 측은 “채권자들이 이달 중으로 구조조정 협상과 관련해 승인 여부를 놓고 투표할 예정이며, 다음 달 첫째 주에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법원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파산법원의 헝다에 대한 심리는 다음 달 20일 열릴 예정이다.

헝다는 2021년 227억 달러(약 30조400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후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중국 정부는 헝다가 진행 중인 아파트 완공 문제 등 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3년째 최종 부도 처리를 하진 않고 있다. 헝다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조4400억위안(약 447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비구이위안이 제2의 헝다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헝다가 중국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역주행하다 위기를 맞은 반면, 비구이위안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잘 따른 ‘모범 기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헝다그룹은 증시에서 정보 공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중국 증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비구이위안의 순부채비율도 40% 수준으로 다른 업체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장단기 차입금 규모만 보더라도 비구이위안은 1625억 위안으로 헝다(6124억 위안)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비구이위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파산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 리창 총리 리더십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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