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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위기’ 신호탄 헝다, 美뉴욕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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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있는 헝다센터 건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헝다센터 건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신호탄이던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이어 헝다 그룹도 파산보호 신청에 나서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 불길이 계속 번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 시간) 헝다가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해외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에서 좀 더 시간을 벌기 위해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챕터 15'는 다른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안 미국 내 채권자들의 채무변제 요구와 소송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국제적인 지급 불능 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 측은 미국 파산법원에 낸 청원서를 통해 홍콩과 케이맨 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협상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헝다 측은 “채권자들이 이달 중으로 구조조정 협상과 관련해 승인 여부를 놓고 투표할 예정이며, 다음 달 첫째 주에 홍콩과 버진아일랜드 법원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파산법원의 헝다에 대한 심리는 다음 달 20일 열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증권 당국은 헝다그룹이 주식시장에서 정보 공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적용해 조사에 착수했다.중국신문망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헝다부동산은 16일 오후 늦게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을 상하이·선전거래소에 공고했다.

헝다는 2021년 227억 달러(약 30조4000억 원) 규모의 해외 채권을 갚지 못해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한 이후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중국 정부는 헝다가 진행 중인 아파트 완공 문제 등 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3년째 최종 부도 처리를 하진 않고 있다. 헝다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조4400억위안(약 447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이다.

최근에는 헝다보다 우량한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까지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신용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6일 해외 채권 이자 2250만 달러(약 300억원)를 못 갚겠다고 밝혔고, 30일 안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진다. 중국의 주요 부동산 개발 기업들은 지난 3년간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어 신용등급 하락 및 디폴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년 내 회사채 만기도래분의 약 45%가 부동산 관련 업종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다만 비구이위안이 제2의 헝다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헝다가 중국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역주행하다 위기를 맞은 반면, 비구이위안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잘 따른 ‘모범 기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8월 집값 거품을 잡겠다며 3개의 레드라인(삼도홍선)이라는 대출 제한 경고 규정을 만들었다.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보유해서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헝다는 부채를 늘리면서 부동산업 외에도 로봇ㆍ전기차ㆍ교육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반면 비구이위안은 부동산 전문 업체인데다 순부채비율이 40% 수준으로 다른 업체보다 낮다. 지난해 장단기 차입금 규모만 보더라도 비구이위안은 1625억 위안으로 헝다(6124억 위안)의 4분의 1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집을 지을수록 유동성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정부 지침대로 분양아파트 70만채를 완공했다. 2위 업체인 헝다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 정부가 모범 기업인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히려 그간의 과도한 대출 규제를 풀고 내수 진작을 위한 경기 부양책을 과감하게 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이 지난달 16일부터 8월 1일까지 6번의 경기부양 회의를 하고 10번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정도로 내수 진작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업체 위기라는 복병을 만난 건데 이걸 해결하지 않고 파산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리창(李强) 총리 리더십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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