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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100m 휩쓸린 여성, 경찰이 뛰어들어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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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오전 태풍 ‘카눈’으로 폭우가 쏟아진 경남 창원에서 맨홀 뚜껑이 솟구쳐 올라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태풍 ‘카눈’으로 폭우가 쏟아진 경남 창원에서 맨홀 뚜껑이 솟구쳐 올라 시내버스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0일 태풍 카눈이 상륙하면서 길목에 놓인 부산·경남 등 영남 지역을 시작으로 이후 충청권 곳곳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경남 창원시 일대엔 9일 0시부터 10일까지(오전 11시 기준) 331.4㎜의 폭우가 쏟아졌다. 역류하는 하수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차도에선 지름 65㎝, 무게 약 60㎏인 금속 맨홀 뚜껑이 폭발하듯 솟구쳐 올라 달리던 버스 바닥을 뚫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맨홀 뚜껑이 관통한 곳은 버스 가운데 쪽이어서 앉아 있던 승객이 다치진 않았다.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에선 오전 9시쯤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이 무릎까지 차올라 ‘급류’가 된 빗물에 순식간에 100m 가까이 휩쓸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인근에서 도로 통제 중이던 경찰이 물길을 헤치고 뛰어들어 가까스로 구조했다.

울산시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에 가로 3m, 세로 4m 크기의 바위가 인근에서 굴러떨어졌다. [연합뉴스]

울산시 동구 방어진순환도로에 가로 3m, 세로 4m 크기의 바위가 인근에서 굴러떨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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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시내 지하차도 20곳은 물에 잠기거나 잠길 우려가 커 오전 한때 모두 통제됐고 성산구 등 일부 대로가 잠겨 자동차가 거북이 운행을 했다. 창원시 진해구 마천동에선 하천가에 차량이 밀려 떠내려가는 사고도 일어났다.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경남 거제·김해·양산·하동 지역 3082가구가, 울산 울주군 또한 일부 가구가 정전 피해를 봤다.

광안·부산항·거가·마창·울산대교 등 부·울·경 주요 대교와 지하차도는 오전 한때 대부분 통제됐다. 이날 오전 9시15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 쌀재터널 내서읍 방면 3㎞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유실되면서 양방향 도로가 통제됐다. 부산과 김해를 잇는 경전철은 강풍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10일 첫차부터 운행을 멈췄다. 이날 부산 1~4호선 도시철도 지상 구간 또한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같은 사실을 미처 모른 채 출근길에 나선 시민도 많아 부산교통공사엔 민원 수백 건이 빗발쳤다. 경전철과 도시철도 모두 정오를 넘겨 운행이 정상화됐다.

대구시 군위군 병수리에서는 우사가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대구시 군위군 병수리에서는 우사가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대구·경북과 충청 지역에도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대구에서는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낮 12시33분쯤 대구시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 병천교 아래 남천에 떠 있는 67세 남성을 소방대원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45분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가다 물(저수지)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선착대가 도랑에 있는 휠체어를 발견했지만 구조 대상자는 보이지 않아 소방대원 30명, 경찰 70명을 투입해 상원지 인근을 수색 중이다.

경북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11분쯤 경주시 현곡면 금장리 나원지하차도에서 자동차 1대가 물에 잠기며 1명이 고립됐다. 이에 앞서 오전 9시45분쯤에도 경산시 남천면 산전리 한 지하차도에서 주행 중이던 차가 침수돼 운전자 1명이 갇혔다. 소방당국은 구조작업을 마친 뒤 해당 지하차도 출입을 통제했다. 폭우가 쏟아진 영천시 고경면에서도 주민 3명과 공장 직원 5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강한 바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이 부러지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도 빈발했다. 이날 오전 6시쯤 경북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 반송’(천연기념물 제357호) 일부가 쓰러졌다. 나이가 약 4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13.1m, 밑줄기 둘레 4.05m에 달하는 큰 소나무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수령 600여 년의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 가지 2개가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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