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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맞은 중국 반도체 굴기, 미 제재에 내수 침체 겹쳐 대규모 적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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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호 11면

반도체 세계 대전, 일본의 반격 

반도체 강국으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일본과 달리,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 내 22곳의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절반 이상은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반도체는 후(後)공정에서 강한데도 여기서 부진이 심각했다.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업체 중 연매출 기준 3위인 JCET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7.2% 줄었고, 4위인 TFME도 순이익이 97.2% 감소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미국이 중국 기업들에 대한 각종 제재에 나서는 한편, ‘칩4 동맹’ 구상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압박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 2년간 한국과 대만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 공장을 유치해 자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했다. 이에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2018년 30.2%였던 중국의 미국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1.7%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은 내수시장에서도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 각국의 공장 철수 등 겹악재로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JCET의 재고는 지난해 말 기준 17억 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67% 증가한 수치다. 다른 후공정 업체 TSHT도 전년보다 45.8% 증가한 13억5000개의 재고를 기록했다. 또 중국은 다른 주요국처럼 일본산 반도체 장비 수입에 많은 부분을 의존 중인데, 일본이 미국과 강력한 반도체 동맹 관계를 구축해 대(對)중국 수출 제한 기준을 14㎚로 확대하면서 한층 어려워졌다. 비상이 걸린 중국반도체산업협회가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보조금 확대 지원 등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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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공식석상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예고하면서 “국가 안보를 위해 그럴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어려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반도체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의 한 전직 임원은 “중국은 장기적으로 보고 반도체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적자가 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산 장비로만 200단 이상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추진 중인 YTMC 등 기술력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기업들이 있고,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한국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며 “한국은 미·중 갈등 상황과 무관하게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입장이라는 걸 정부와 기업들이 인지하고 소부장 경쟁력 강화 등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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