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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원 입학 경쟁률이 600대1" 무섭게 성장하는 中 성악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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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국제성악콩쿠르 2023에서 가곡 부문 1위에 오른 닝지 왕. [사진 한중국제성악콩쿠르]

한중국제성악콩쿠르 2023에서 가곡 부문 1위에 오른 닝지 왕. [사진 한중국제성악콩쿠르]

최근 국제 음악 콩쿠르의 주인공은 한국이지만 화두는 중국이다. 한국 음악가들이 우승과 입상을 휩쓸고 있지만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린 세대일수록 그렇다. 지난달 미국에서 막을 내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주니어 부문 우승자는 한국인 홍석영(15)이었다. 하지만 참가자 수는 중국이 많았다. 결선 진출 23명 중 중국계 연주자가 총 14명. 한국인은 5명이었다.

한중국제성악콩쿠르 심사한 사무엘윤 인터뷰 #"생각보다 수준 높아 5년 내 국제 무대 기대" #"발성은 수준급, 언어의 한계는 극복해야 할 것"

“성악에서도 곧 중국 음악가들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사무엘 윤(51)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의 말이다. “최소 5년 안에 유럽의 주요 무대에서 주역을 맡고, 국제 콩쿠르에서도 우승하는 중국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3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국제성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윤 교수를 비롯해 박미혜ㆍ전승현ㆍ이아경ㆍ홍혜란ㆍ임세경 등이 심사했다. 중국에서는 손건 중앙연극원 교수, 구핑 상하이음악원 오페라과 교수, 왕웨이 베이징 중앙음악원 오페라과 교수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사무엘 윤 교수는 “몇 년전보다 중국 성악가들의 실력이 월등히 높아져 놀랐다”고 전했다.

한중국제성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윤. [사진 한중국제성악콩쿠르]

한중국제성악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윤. [사진 한중국제성악콩쿠르]

우선 중국의 성악 인구는 숫자로 압도한다. 윤 교수는 “베이징ㆍ상하이 같은 큰 도시의 음악원은 입학 경쟁률이 평균 600대 1이라고 한다. 몇십명 수준으로 선발하는 데에 1만명 넘게 몰린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는 한국인이 93명, 중국인이 253명이었다. 윤 교수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노래하는 이들이 우리 예상보다 훨씬 많다고 본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참가자인 신주연(31, 쾰른오페라극장 오펀스튜디오)이 전체 대상을 받았다. 신주연은 오페라 부문에서 1위에 올랐고, 가곡 부문에서는 중국의 닝지 왕(31)이 1등을 했다. 왕은 현재 인제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사무엘 윤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 가봐도 중국인 유학생이 많다. 이탈리아의 일부 음악원에는 중국인 반이 따로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오페라 극장에도 중국인 솔리스트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비율로 봐서는 한국 사람이 훨씬 많지만 젊은 세대에서는 중국인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

전체 대상을 받은 신주연. [사진 한중국제성악콩쿠르]

전체 대상을 받은 신주연. [사진 한중국제성악콩쿠르]

하지만 그는 실력의 편차, 발음의 문제를 현재의 한계로 지적했다. “콩쿠르가 아니라 실제 무대라고 해도 될 만큼 잘하는 중국 참가자가 많았지만, 반대로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참가자도 있었다”는 것. “특히 소리는 좋지만, 독일어ㆍ이탈리아어 발음이 해결되지 않은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의 학교들에서 발음을 코치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이번에 심사를 위해 한국에 온 중국 교수들을 만나보니 독일어ㆍ이탈리아어가 유창했다. 해외 경험을 충분히 쌓은 교수들이 중국의 학교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발음의 문제도 해결되리라 본다.”

한중국제성악콩쿠르는 한국과 중국의 음악가들이 협의해 함께 주최하고 있으며 2016년 부산에서 시작해 대구ㆍ광저우 등을 거쳐 올해 여섯 번째로 열렸다. 초ㆍ중ㆍ고등부, 청년부, 전문가 부문으로 나눠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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