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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주 이틀째 급락…전문가도 “주가 향방은 신의 영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20만원(27일 시초가)→108만1000원(오전 9시)→118만7000원(오전 10시)→98만5000원(오후 3시30분 종가).

2차전지 대표주자인 에코프로의 롤러코스터 행보는 27일에도 이어졌다. 에코프로는 코스닥 시장에서 전날보다 19.7% 떨어진 98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만에 ‘황제주’(1주당 주가가 100만원 이상) 타이틀을 내려놨다.

‘극한의 변동성’을 보인 건 에코프로만이 아니다. 대장주 에코프로비엠도 전날보다 17.25% 하락했다. 이날 하루 만에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시총)에서 14조원이 증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2차전지 종목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포스코홀딩스(-5.7%)와 포스코퓨처엠(-13.2%)도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 시총 5위(50조2353억원)로 한 계단 밀려난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하루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차전지 종목의 변동성에 증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주식 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거래소의 변동성 완화장치(VI) 발동 횟수도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정규·시간 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정적·동적 VI는 모두 1108회(26일 723회, 27일 385회) 발동됐다. VI는 개별 종목에 대한 가격 안정화 조치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투자자에게 냉각 기회를 주는 제도다. 주가 급변의 원인이 일시적이냐 장기적이냐에 따라 정적 VI와 동적 VI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26~27일 발동 횟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대표적인 2차전지 관련주인 금양으로 20회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10회)과 포스코퓨처엠(9회), 에코프로비엠(7회), 에코프로(6회)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하루에 VI가 수백 회, 특정 종목에 10번 넘게 발동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종목이 급등과 급락을 이어가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시장은 수급 외에는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별다른 호재나 악재도 없었는데 이틀간 주가가 요동친 건 급등한 2차전지주에서 상당수 투자자가 빠져나갈 기회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하락 종목이 나오자 동시에 공포에 휩싸이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각에선 공매도 세력이 동시에 공격했다고 의심하지만 초대형주가 되어버린 2차전지주를 몇몇 주도 세력이 움직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매수하는 이른바 ‘숏 스퀴즈’ 이후 수급 공백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이야기할 순 없지만 2차전지주가 급등세를 이어가던 전날 오전까지도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거셌다는 점에서 이유를 추정해볼 수 있다”며 “그때까지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을 확정하기 위해 2차전지주를 대거 매수했지만, 손실 확정이 끝나면서 수급 공백이 생겨 주가가 밀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주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까지 2차전지 관련주는 더는 가치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급등했다”며 “가치를 판단할 수 없으니 향후 주가의 방향도 신만 아는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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