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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음에 안도하는 자식 없도록"...존엄사 지지한 아내의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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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어. 무릎 꿇고 살고 싶지는 않아."

알츠하이머는 잔인한 병이다. 수십 년을 함께 산 아내의 취향을 완전히 망각한 채 얼룩무늬 니트를 선물하게 되고 멀리 이사 간 친구가 아직도 옆집에 산다고 생각하게 되는 병. 남편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다"는 그의 결정에 따라 함께 스위스 취리히로 떠난 부부가 있다.

스위스는 1942년 전 세계 최초로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가다.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디그니타스'는 외국인도 일정 조건에 부합하면 존엄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그니타스로 향하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사랑을 담아』는 지난해 미국 타임지 선정 최고의 논픽션 1위에 올랐다. 저자 에이미 블룸(70)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저자 에이미 블룸. 사진 Elena Seibert

저자 에이미 블룸. 사진 Elena Seibert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썼다. 제도를 비판하려는 목적도 아닌 것 같다.
남편 브라이언의 부탁으로 책을 쓰게 됐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존엄사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과 취리히에서 우리 부부가 겪은 일들이 알려지길 원했을 뿐 논쟁을 벌이고 싶어하진 않았다.
디그니타스를 찾은 것이 2020년 1월이고 그로부터 2년 뒤 책이 나왔다.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글을 쓰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았나. 
그 시간을 끄집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 달라는 것이 브라이언의 마지막 소원이었기 때문에 그를 생각하면서 견뎠다. 브라이언의 유언은 '이 책의 독자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스위스 체류 중 매일 메모를 남겼나. 
스위스에 있을 때는 메모를 거의 하지 않았다. 어떤 경험은 너무나 생생해 활자로 기록하지 않아도 어제 일어난 일인 듯 뇌리에 각인됐다. 내게는 스위스에서 보낸 매일이 그랬다. 기록을 남길 때도 어떤 사건이나 그에 따른 감정을 문장으로 기록하기보다 의사와의 약속 시간, 머리 자르는 시간, 체육관에 가야 하는 시간 등을 짤막한 노트로 남겼다. 
디그니타스로의 여정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취리히에 도착한 이후 남편의 존엄사를 기다려야 했던 순간이다. 정해진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그 끝을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없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미국의 법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다. 브라이언이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물론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먼 취리히 땅에서 마지막을 맞이해야 했던 것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에이미 블룸 『사랑을 담아』 표지. 사진 문학동네

에이미 블룸 『사랑을 담아』 표지. 사진 문학동네

미국의 법이 개인의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생각하나. 
미국에서는 약 10개 주가 6개월 내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진단을 두 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받은 환자에게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많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연명 치료를 포기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물론 연명치료도 고려했다. 하지만 연명 치료를 하면 브라이언의 생이 다하는 날 아이들이 슬픔과 안도를 동시에 느낄 테지만, 존엄사를 택하면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결론 내렸다. 
이 책은 사랑, 죽음, 기억 상실, 배우자를 잃는 슬픔 등에 관한 복합적인 이야기다. '사랑을 담아(In Love)'라는 제목은 다소 광범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을 담아'는 브라이언과 나의 관계이자, 내가 브라이언의 결정을 지지한 이유다. 나는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결정을 존중했고, 그와 함께 취리히에 갔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것.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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