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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벌 울려 퍼진 “이승엽!”…국민타자, 감독으로도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이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구단 최다 11연승을 작성한 뒤 주장 허경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이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구단 최다 11연승을 작성한 뒤 주장 허경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10시 넘어 경기가 막 끝난 시각. 스탠드에는 아직 자리를 뜨지 못한 팬들이 많았다. 그리고 얼마 뒤, 이들 모두 한 사람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바로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이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8-5로 이겼다. 이로써 1982년 구단 창단 후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달리며 3위(44승1무36패)를 굳게 지켰다. 전신 OB 베어스(1982~1998년)를 포함한 구단 종전 신기록은 2000년 김인식 감독과 2018년 김태형 감독이 작성한 10연승이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5이닝 9탈삼진 무실점 호투한 선발투수 브랜든 와델도, 3회말 우월 2점홈런을 터뜨린 김재환도 아니었다. 감독 이승엽이었다. 두산의 11연승이 확정된 뒤 많은 팬들은 관중석에서 “이승엽”을 연호하며 초보 사령탑의 거침없는 질주를 반겼다.

경기 후 만난 이 감독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11연승을 실감했다.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이어 “감독을 맡은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팀은 이제 조금씩 좋아지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막 후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가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사실 물음표가 많은 2023년이었다. 지도자 이승엽의 앞날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 56홈런을 터뜨려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로도 선수로서 승승장구하며 ‘국민타자’라는 애칭을 얻었다. 2017년 현역 유니폼을 벗을 때는 프로야구 최초로 은퇴투어가 마련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2022년 10월 18일 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뉴스1

두산 이승엽 감독이 2022년 10월 18일 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은퇴 이후 현장과는 거리를 둔 이승엽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돌연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발탁이었다. 선수 시절 이렇다 할 인연조차 없던 두산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민타자와 손을 잡았다. 지도력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믿었다.

이렇게 두산의 제1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역대 최다인 11연승을 세우면서 사령탑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장식해가고 있다. 이는 창단 사령탑인 고(故) 김영덕 감독을 비롯해 김성근과 이광환, 김인식, 김경문, 김태형 등 구단을 거쳐 간 시대의 명장들도 이뤄내지 못한 대업이다.

두산이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8-5 승리를 거두고 구단 역대 최다 11연승을 달렸다. 연합뉴스

두산이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8-5 승리를 거두고 구단 역대 최다 11연승을 달렸다. 연합뉴스

이 감독은 “평가는 올 시즌이 끝나고 받고 싶다. 아직 60경기가 더 남았다. 또,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개막을 앞두고 두산을 5강 후보로 꼽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점이 선수들에게 편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주위의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구단 신기록을 쓴 두산은 26일 같은 곳에서 롯데를 만난다. 선봉장은 오른손 투수 곽빈이 맡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연승을 하고 싶은지 이 감독에게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내일만 이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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