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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위험 구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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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중국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권위주의 나라 중국은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무엇이라도 해볼 기회를 잡으려는 충동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마이클 베클리·할 브랜즈 지음)는 이렇게 말한다. 위기에 몰린 중국이 현상 타파를 위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반기 중국 경제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 제목이 더 눈길을 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상하이 한 전철역의 광고판과 노숙자. [중앙포토]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상하이 한 전철역의 광고판과 노숙자. [중앙포토]

‘피크(peak) 증세’는 뚜렷하다.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민영기업이었다. 민영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 GDP의 약 30%를 구성하는 부동산과 경제 혁신을 이끌어온 IT 분야다. 중국은 두 업종을 타격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철학 기반인 공동부유를 해친 ‘혐의’다. 내수 회복이 늦고, 청년 실업이 급증하는 이유다.

또 다른 성장 엔진은 수출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서방 글로벌 공급망에 편승해 경제 규모를 키워왔다. 그러나 미·중 경제전쟁으로 공급망은 단절되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은 자력갱생을 강조한다. 심지어 반(反)간첩법으로 고립을 자초하기도 한다. 수출이 온전할 리 없다.

그러기에 중국 경제의 난맥상은 경기주기가 아닌 체제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것 봐, 피크가 맞잖아…” 책 저자들은 인구감소, 자원결핍 등의 요인을 더해 “중국의 30년 호시절은 끝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어쨌든 5%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무분별한 성장보다 ‘고품질 발전’을 중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말도 새겨들어야 한다. 정말 ‘피크’인지는 더 따져볼 일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저자의 대중국 정책 솔루션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불안전한 동맹이라도 규합하라” “핵심기술의 중국 독점을 깨라” “중국의 약점을 선별적으로 공격하라” 등등. 모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중국은 결코 물러설 뜻이 없다. 미국의 약한 부분을 찾아 거침없이 받아진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집권이 최소 5년, 낮춰 잡아도 10년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중 경쟁과 충돌 양상이 앞으로 10년 지속할 거라는 얘기다. 저자는 이 시기를 ‘위험 구간(Danger zone)’이라고 했다. 비행기가 위험구간을 지날 때 승객은 안전벨트를 바짝 조여 매야 한다. 우리의 처지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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