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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며느리 성적표까지 요구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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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는 어제 전윤철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지난달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에 대한 청문회와는 달리 도덕성.정치적 중립성 등 공직자로서 적격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인사청문회가 거듭되면서 검증기준이 보이지 않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립돼 가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의 지나친 자료 요구는 무엇을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인사청문회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들었다. 그 한 예로 한 청문회 위원은 후보자는 물론 배우자.아들.며느리의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아들.며느리의 초등학교 성적이 감사원장의 직무 수행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더군다나 이것은 어느 위원이 개인적으로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전체위원회의 이름으로 정부에 요구한 자료 목록이다.

이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비판의 차원과는 별도로 국회의원들의 자질문제를 드러낸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이미 낙마한 윤성식 후보에 대한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尹후보의 성적표를 놓고 모욕적인 질문을 던져 여론의 거센 반발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특정 부서장으로서 후보의 적격성을 가리는 작업이다. 따라서 청문회는 후보가 앞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과 자질을 어느 정도 갖추었는지, 그 업무에 적합한 도덕성을 갖추었는지, 과거의 이력이 그의 새로운 직위에 제척사유가 되지 않는지 등을 집중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후보의 흠결을 생활 전반에 걸쳐 검증한다 하더라도 국회가 후보 가족의 프라이버시까지 까발려 보겠다는 저차원의 발상이어선 곤란하다.

감사원장 후보를 청문회에 세웠다면 우리 감사체제가 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못 도려내 부패방지위 같은 옥상옥을 자꾸 만들어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검증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인사청문회제도의 바람직한 운영과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