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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금융권 구조조정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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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레고랜드 사태 이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던 자금시장이 새마을금고 뱅크런 조짐과 GS건설의 대규모 부실 공사 등으로 인해 재차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정부 대응으로 다시 안정을 찾고 있지만, 금융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그만큼 오랜 저금리 시기에 누적된 부실이 가계·기업·금융시장 곳곳에 잠재되어 있다.

당장은 시장 안정이 중요하다. 그동안 정책 당국의 대응은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단편적인 금융 불안 요인이 다른 업권으로 옮겨붙거나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주로 추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을 안심시키고, 예금 보장 등의 확대를 통해 금융 소비자들의 신뢰를 붙잡는 조치이다. 지금까지는 당장 급한 불 끄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저금리 기간에 부실요인 쌓여
금융 감독기관 전문성 키우고
예금보호한도도 확대할 필요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우선이다. 초저금리 기간 동안 누적된 부실이 가계, 기업, 금융권에 산재되어 있다. 그동안에는 유동성 공급으로 부실의 현재화를 이연시켜 왔다. PF 대주단(건설업체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 협약을 통해 공동 관리를 신청한 사업장이 올해 5월 말 30곳에서 이제는 91곳으로 급증했고, 그중에서 전 금융권 협약이 이루어진 사업장은 37곳에 그쳤다 한다. 그만큼 위기 상황에 직면한 사업장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건강한 경제시스템 회복을 위해 부실을 걷어내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고통스럽지만 시장 안정화 이후 우리 경제가 반드시 겪어야만 할 과정이기도 하다.

둘째, 금융 감독 사각지대 해소와 이를 통한 풍선효과 차단이다. 10%에 가까운 새마을금고 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문성에 기초한 심사의 부재와 광범위한 부실 대출 관행을 대변한다. 그 근저에는 다른 업권과의 규제 차이와 적절한 감독의 부재가 있다. 전문성을 갖춘 감독기관이 경제 원칙과 다른 업권과 상응하는 수준의 규제 일관성을 갖고 위험관리를 하는 것은 풍선효과를 차단하고 시장 내 위험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시켜 집중 위험과 시스템 리스크의 사전 차단에 기여한다. 일관된 감독권 행사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또 이번 사태로 드러난 의사결정구조 문제, 임직원 횡령, 부실대출 내부 공모 등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답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셋째, 금융 안정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신속 자금 공급 채널 확보 문제이다. 모든 금융업권의 상호의존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시스템 리스크는 더 이상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업권의 위기는 곧바로 확장된 금융시장의 연계성을 통해 다른 업권으로 쉽게 이전되는 구조이다. 특정 업권의 금융 부실이 여타 업권의 신용 위험으로 이전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해 위기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행이 고려 중인 한은의 RP(환매조건부채권) 거래 대상을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으로 확장하는 방안과 ‘디지털 뱅크런 대비 상시대출제도’ 도입은 의미가 있다. 부실 발생 이전에 선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기대해 본다.

넷째, 예금자보호 강화다. 예금취급기관에서 뱅크런 조짐이 발생할 때마다 전액 보호와 같은 일시방편으로 미봉하기보다는 초기에 뱅크런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예금 보장을 확대하는 것은 위기의 사전 예방에 유효하다. 그동안의 경제 규모의 성장과 금융시장 발전 정도에 맞추어 예금보호한도를 충분히 조정하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의 부동산금융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이다.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권별·상품별로 관련 리스크에 대한 정확하고도 충분한 데이터 구축과 주기적 정보 공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개별 부동산 사업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성 평가, 나아가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가능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부동산금융 관리시스템의 구축이 리스크의 사전 통제에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