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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오염수 방류 후속 검증, 한국도 참여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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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장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장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대한 찬반 격론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치가 과학을 삼키고 정치 진영 간의 치열한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팩트에 기반을 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논쟁은 온데간데없다. 그러는 사이 국민 불안은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것도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 1위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너무 가슴 아픈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IAEA 설명에도 국민 불안 여전
방류 상시 모니터링에 참여 필요
그 결과는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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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 2년 동안 한국·미국·중국 등 11개 국가의 원자력과 방사선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IAEA 태스크포스(TF)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리와 방사능 분석 결과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에 대한 독립적인 교차 분석에는 우리나라 원자력안전기술원과 미국·프랑스·스위스 등 7개 세계 유수의 방사능 전문 분석 기관들이 참여하였다.

IAEA는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의 방사능 관리 실태, 처리 절차, 오염수 분석 과정 및 결과에 대해 신뢰하고,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법과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IAEA는 176개국의 회원국을 보유한 원자력과 방사선 안전에 있어 최고의 공신력을 가진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IAEA 최종보고서의 후쿠시마 오염수 분석 결과를 신뢰하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근거 없는 맹탕 보고서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 IAEA가 일본에 우호적이고 보고서는 엉터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 세계에서 중국 정부와 우리나라 야당만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필자는 복잡하고 난해한 과학이 아닌 우리의 건강한 상식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영향을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 일본에 보관 중인 약 137만톤의 오염수에는 약 2.2g의 삼중수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앞으로 30년 동안 희석하여 조금씩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이다. 태평양은 지구 표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물의 양은 71경 톤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삼중수소 원자가 포함된 삼중수소수(HTO)는 보통 물(H2O)과 똑같은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바닷물에 섞이면 균일하게 분포하게 된다. 이는 커피에 넣는 각설탕 하나(약 3g)가 태평양에 녹아 있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측의 주장은 태평양이 설탕물이라고 주장하는 억지와 다름없다.

과학은 숫자와 팩트에 근거한다. 안타까운 점은 과학적인 문제조차도 반목과 혐오로 양극화된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애꿎은 어민과 수산업계 종사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횟집 자영업자들은 폐업 등으로 길거리로 나설 판이다. 과학적 팩트를 외면하고 방사능 괴담으로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국내 정치권은 양극화되어 있어 국민의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 8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 위원장은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실행할 경우, IAEA의 후속 검증 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의 지속적 참여를 요구했다. 이에 그로시 사무총장은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한·일 공동 조사와 함께 IAEA의 방류 오염수 상시 모니터링에 한국 전문가도 참여하게 해 실시간 모니터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결과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수용하는 자세를 우리 모두 가져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