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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벌써 20년, 이번 겨울도 코트엔 한송이 꽃이 핀다

중앙일보

입력

KGC인삼공사 한송이. 사진 한국배구연맹

KGC인삼공사 한송이. 사진 한국배구연맹

올 겨울에도 코트엔 한송이 꽃이 핀다. KGC인삼공사 한송이(39)가 프로배구 20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한송이와 연봉 2억원, 옵션 1000만원에 계약했다. 팀내 최고참이지만 부상 없이 정규리그 전경기(36경기)에 출전했고, 후배들을 잘 이끌었으니 당연했다.

신탄진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한송이는 30일 개막하는 컵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비시즌 동안 몸을 만들었지만, 아직은 공을 갖고 하는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 감독, 코치님께서 배려를 해주셔서 컨디션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희진 감독님이 선수로서 많이 인정해주시고, 존중해줬다. '(오래 활약하는 게)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이 될 거라고 했고, 나도 그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진 않는다. 다만, 불성실한 모습이 보이면 불러 이야기를 한다. 대신 배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진 않는다"고 했다.

하이파이르블 하는 KGC인삼공사 한송이(왼쪽)와 고희진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하이파이르블 하는 KGC인삼공사 한송이(왼쪽)와 고희진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한송이는 20주년을 맞는 V리그 역사의 산증인이다. 여자부 선수 중에선 유일하게 2005시즌부터 19시즌을 모두 뛰었다. 정대영(42·GS칼텍스)과 김해란(39·흥국생명)도 원년 멤버지만, 둘은 출산으로 각각 1년을 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수다. 국가대표 정호영, 박은진의 뒤를 받치는 '3번 미들블로커'다. 예년에 비해 출전시간이 줄었지만 세트당 블로킹 0.431개를 잡아냈다. 3월 16일 현대건설전에선 무려 블로킹 9개를 잡아내기도 했다.

한송이의 원래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다. 국가대표 시절엔 김연경의 대각선 로테이션을 맡아 공격과 서브 리시브를 했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장신(1m86㎝)과 블로킹 능력을 살리기 위해 변신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 막판엔 아웃사이드 히터와 미들블로커를 병행했다.

키가 작은 날개공격수 대신 들어가 리시브와 측면 공격을 하거나, 세터 자리에 투입돼 블로킹과 중앙 공격을 했다. 투타겸업을 하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처럼 다양한 재능과 경험을 가진 한송이이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한송이는 고희진 감독의 제안에 "저, 리시브 연습 안 한지 3년 됐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 감독은 "그런 부분도 생각한 결정이다. 네가 리시브 실수를 해도 상관없다. 블로킹이나 공격 득점을 내면 된다"고 답했다. 예상대로 한송이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잘 해냈다. 한송이는 "처음엔 투입시간이 많지 않아 힘들기보다는 재밌었다. 하지만 한 세트를 풀로 뛸 때는 예전만큼의 퍼포먼스가 안 나와 심적인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다음 시즌엔 '이도류'를 보지 못할 듯하다. 한송이도, 고 감독도 미들블로커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 시즌부터는 아시아쿼터가 도입돼 외국인 날개 공격수가 2명(지오바나 밀라나, 메가왓티 퍼티위)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스파이크를 날리는 KGC인삼공사 한송이(오른쪽). 뉴스1

스파이크를 날리는 KGC인삼공사 한송이(오른쪽). 뉴스1

KGC인삼공사는 한송이가 온 2017~18시즌 이후 줄곧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4위로 좌절했다. 3위 도로공사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기회도 있었지만, 승점 1점이 모자랐다. 한송이는 "선수들이 이번엔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고, 그것만 보고 시즌을 치렀다. 너무 아까웠다. '허무하다'란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송이는 "봄 배구를 생각해서 휴가 계획도 없었다. '뭘 해야하나'란 생각도 들었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다봤는데, 더 아쉬웠다. '저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을 했다. '우리도 저런 무대에 서야겠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다가오는 시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공수의 핵심인 이소영이 어깨 수술을 받아 전반기 출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훈련을 통해 KGC는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일 계획이다. 한송이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소영이가 수비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 누구 한 명이 아닌 전체의 힘으로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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